벤처 이끄는 캠틱종합기술원, 영화 ‘해리 포터’ 퀴디치 경기서 아이디어 얻어 ‘드론축구’ 개발
탄소 보호 장구 싸인 공 조종해 공중 원형 골대에 넣는 경기
GPS·자동제어 센서 탑재돼 초보자·장애인도 즐길 수 있어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를 보면 마법사들이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공을 넣는 ‘퀴디치’ 경기 장면이 나온다. 현실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기가 있다. 바로 ‘드론축구’다. 드론축구는 탄소 소재 등의 보호 장구에 둘러싸인 드론을 공으로 삼아 공중에 매달린 골대에 넣는 신종 레저스포츠다. 6일부터 8일까지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국제 3D 프린팅·드론 코리아 엑스포’의 부대행사인 ‘2018 전국 드론축구 챌린지’에서 드론축구를 만나볼 수 있다.
무선 전파로 조종할 수 있는 무인 항공기인 드론(Drone)은 2000년대 초반에 군사용으로 개발됐다. 이젠 산업, 농업, 취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엔 스포츠 분야에서도 드론 시대가 활짝 열렸다. 특히 한국에서 개발된 드론축구가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한드론축구협회는 5일 “이번 대회에 약 20개팀이 참가할 예정”이라며 “전주시와 캠틱종합기술원이 공동 제작한 소형 드론축구공을 선보인 후 유소년용 드론축구 시범경기와 체험행사, 장애물 경기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주시와 함께 첨단 벤처단지를 이끌어가고 있는 캠틱종합기술원이 개발한 드론축구는 일자리 창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11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드론축구는 캠틱종합기술원 이범수 팀장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이 팀장은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퀴디치 경기를 보고 드론축구를 개발했다고 한다.
가로 14∼20m, 세로 7∼10m의 직사각형 경기장에서 열린다. 골대 모양은 원형이며, 안지름은 60∼80㎝, 바깥지름은 100∼120㎝다. 드론볼은 둥글거나 이와 유사한 모양의 외골격으로 둘러싸여 있어야 한다. 보통 양팀에서 각각 5명의 선수가 출전하며, 1인당 1개의 드론볼만 컨트롤해야 한다. 경기는 한 세트에 3분씩 3세트로 진행된다. 드론볼을 조종해 상대 팀의 골대를 통과시키면 득점이 인정된다. 드론축구도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축구 경기처럼 공격과 수비에서 조화를 이뤄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드론축구협회의 운영을 지원하고 있는 캠틱종합기술원 윤태휘 연구원은 “축구용 드론도 GPS 및 자동제어를 위한 센서들이 탑재돼 있어 초보자들도 조종 방법을 익히기만 하면 쉽게 경기를 즐길 수 있다”며 “전국에 지부가 있으며, 70여개 팀에서 500여명이 드론축구를 즐긴다. 초등학생부터 50대까지 드론축구를 하는 연령층은 다양하며, 가족이 함께 경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드론축구는 2016년 11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중 3D프린팅 드론산업 박람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어 지난해 6월 첫 번째 공식 대회인 ‘제1회 전주시장배 전국 드론축구대회’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이 대회엔 전주시 3개 팀을 비롯해 전국 19개팀이 참가했다. 지난 1월 30일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드론축구 시연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엔 정운천, 정동영, 김광수 의원과 김승수 전주시장 등이 찾아 관심을 보였다. 드론축구협회는 올해 약 10번의 대회와 이벤트를 열 계획이다.
2018 전국 드론축구 챌린지에 참가하는 포항드론교육센터 드론축구팀의 양정대 감독은 “드론 조종을 배우려고 왔다가 드론축구의 매력에 빠진 사람이 많다. 함께 모여 박진감 넘치는 드론축구를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드론축구의 장점은 신체장애를 가진 사람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인데, 몇몇 장애인 드론축구단이 활발하게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가을 드론축구협회 포항지부가 영일대해수욕장에서 드론축구 시연 행사를 열었는데 무려 60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포항에는 현재 7개팀이 활동하고 있다.
전주시와 캠틱종합기술원은 드론축구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윤 연구원은 “현재 말레이시아에 3개팀을 만들어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도 관심을 보여 관계자가 한국에 와서 경기를 보고 갔으며, 최근 현지에 교육센터도 열었다”며 “내년에 동아시아대회를, 2025년엔 월드컵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드론축구협회는 장기적으로 e-스포츠처럼 리그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주시 관계자는 “중국이 세계 드론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드론을 스포츠레저용으로 개발했다”며 “앞으로 드론축구 프로그램은 물론 드론 조종 및 정비, 체험형 이벤트 등에 심혈을 기울여 남녀노소 모두 드론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And 엔터스포츠] 드론볼, 골대를 향해 날다… 오늘부터 전주서 ‘드론축구’
입력 2018-04-06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