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은 적극 개입·조기 해결 비중… 외교부, 현지 언론 보도 뒤 공개
납치범 자극 가능성 등 우려… 대응 매뉴얼 개정 필요성 제기
청와대는 아프리카 가나 해역 한국인 선원 3명 피랍 사건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어떤 방식이 납치세력을 압박하고 협상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것이냐 관점에서 대통령이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지금까지는 선사와 해적 간 직접 대화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인질 구출 시간이 장기화되는 상황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은 ‘선사와 인질범에게만 협상을 맡겨놔선 안 되고, 정부가 어느 정도 인질범을 압박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정부가 조용히 뒤로 빠져 있는 기존 관례 자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정부의 해외 인질 구출 매뉴얼도 검토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매뉴얼 검토 지시는 2일 주무 부처인 외교부로 전달됐다.
당초 가나 피랍 사건은 외교부의 보도유예(엠바고) 조치로 공개되지 않았던 사안이다. 외교부는 지난달 27일 해당 사건을 인지하고 언론에 설명하면서 우리 국민 구출 시까지 엠바고를 요청했다. 2008년 10월 외교부가 배포한 해외 피랍 대응 책자를 보면 ‘피랍자의 안전을 위해 보도를 통제하는 것이 원칙’으로 돼 있다.
문제는 외교부가 31일 돌연 가나 피랍 사건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외교부는 현지 언론에 피랍 사건이 보도돼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의 단호한 대응 의지를 보여줘 납치 세력을 압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오히려 납치범을 자극해 예상치 못한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는 감안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청와대로부터 ‘적극적 지원 조치 검토’ 지시를 받은 2일에도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불필요한 혼선을 자초했다.
가나 피랍 사건 공개 과정에서 청와대와 외교부 간 소통이 썩 매끄럽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부와 협의했지만 외교부도 정확히 어떤 흐름 속에서 결정됐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뒤늦게 피랍 대응 매뉴얼의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매뉴얼 개정 필요성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정부는 테러단체, 해적 등 범죄 집단과 직접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협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가나 피랍사건 공개 논란… 손발 안맞는 靑-외교부
입력 2018-04-04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