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에 사활 건 바른미래 “서울시장 선거에 총력전”

입력 2018-04-04 05:00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3일 부산 동구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국제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부산시당 개편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무대로 뛰어가고 있다. 뉴시스

“초기 與와 양강 구도 중요 1대 1 구도면 충분히 승산”
돌풍 ‘1995년 자민련’이냐 참패 ‘2010년 선진당’이냐 선거 결과에 당 존폐 걸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4일 서울시의회 본관에서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다. 바른미래당은 서울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유일한 지역이라고 보고 당력을 총집중키로 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바른미래당은 ‘2010년 자유선진당’의 길과 ‘1995년 자민련’의 길 중 하나를 걷게 될 전망이다.

안 위원장은 3일 부산시당 개편대회 영상 축사를 통해 “4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서울에서 승리의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출마 선언을 통해 시장직 도전 이유와 구체적인 서울시 관련 정책을 발표한다. 정부·여당을 견제할 야권 대표 주자라는 점도 강조할 계획이다.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당력의 3분의 2를 서울시장 선거에 투입해 안 위원장을 당선시킬 것”이라며 “서울만 이긴다면 국민들도 지방선거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내려주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초기에 안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유한국당 후보에 대한 사표심리가 강해지면 일대일 구도가 굳어져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당내에서는 지방선거에 당의 존폐가 걸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현재 의석수는 30석으로 국민의당 때보다 줄었다.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도 잃었다.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2년 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가 적지 않다.

당내에서는 ‘선진당이냐 자민련이냐의 기로에 섰다’는 비장한 얘기들이 회자되고 있다. 선진당은 2008년 창당해 그해 총선에서 대전·충남을 석권하며 18석을 확보해 원내 3당이 됐다. 하지만 2년 후인 2010년 지방선거에서 대전 한 곳에서만 승리하며 기반이 흔들렸다. 근거지였던 충남지사 선거에서는 안희정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2.3% 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당시 선진당은 서울 대전 충남 3곳에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를 냈는데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지상욱 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2%대 득표에 머물렀다. 2012년 19대 총선 결과 5석으로 쪼그라들었고 그해 말 결국 새누리당에 흡수됐다.

1995년 자민련은 바른미래당의 성공 모델이다. 김영삼 대통령과 갈등을 겪던 김종필 대표는 그해 일부 의원과 함께 여당인 민주자유당을 탈당해 자민련을 창당했고 제1회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기반을 다졌다. 충북 대전 충남 석권은 물론이고 강원지사까지 차지했다. ‘김영삼정부는 사이비 보수’라고 주장하며 ‘원조보수론’을 내세운 것이 먹혔다는 분석이 많았다. 김 대표는 당시 “우리나라의 보수세력은 자민련”이라며 “우리가 다 끌어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자민련은 다음해 15대 총선에서 충청권, 강원도, 수도권을 포함해 50석을 차지했다.

안 위원장의 향후 정치 행보도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승리할 경우 가장 유력한 차기 야권 대선 주자가 된다. 반면 의미 있는 득표력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안 위원장의 정치 비전은 실패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안 위원장의 선전 여부에 따라 야권의 주도권이 달라질 것”이라며 “바른미래당이 서울시장에서 승리하면 한국당이 다른 지역을 전부 차지하는 것보다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