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기술주가 휘청거리고 있다. 바람 잘 날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기술주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아마존의 주가는 5.21%나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아마존을 겨냥해 “세금을 납부하는 소매업체들이 문을 닫고 있다. 평평한 경기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에도 아마존이 과도하게 싼 가격에 배송을 맡겨 미국 우편 시스템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시장에서 규제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뉴욕증시에서 페이스북(-2.75%),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2.36%), 테슬라(-5.13%), 애플(-0.66%)은 모두 하락했다. 애플이 이르면 2020년부터 자사 컴퓨터에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대신 자체 칩을 사용한다는 소식에 인텔 주가는 6.07% 폭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74% 하락했고, 국내에 상장된 TIGER 미국나스닥100 상장지수펀드(ETF)는 3.54% 하락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우려도 한몫했지만 기술주의 자체적인 악재가 많다. 페이스북의 고객 정보유출 파문은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말자’는 딜리트페이스북 운동으로 번졌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자율주행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가 충돌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애플은 아이폰Ⅹ의 판매부진을 겪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노동길 연구원은 “우려가 막연한 것에서 실체 있는 우려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07% 내린 2442.43으로 마감했다. 뉴욕 증시 급락 때문에 장 시작 후 1% 넘게 빠졌지만 개인의 저가 매수세에 낙폭을 만회했다. 외국인은 947억원을 팔아치우면서 5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도했다.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1111억원을 팔았다. 삼성전자는 0.87% 하락했다.
기술주의 하락이 계속되면 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심리도 냉각될 수 있다. 결국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기업 실적의 개선이 이어지느냐가 투자심리 회복의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한편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33곳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전체 영업이익은 157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8.17% 증가했다. 삼성전자를 뺀 영업이익은 104조1000억원으로 10.94% 늘어 삼성전자 쏠림 현상이 여전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사진=최현규 기자
美증시 ‘기술주’ 신화 끝?… 페이스북·아마존·애플 일제히 휘청
입력 2018-04-04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