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관세 누락

입력 2018-04-03 21:22
정부가 2년 동안 칠레산 포도에 매겨야 할 계절관세를 받지 않아 10억원 안팎의 손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뒤늦게 실수를 확인하고 잘못된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5년 6월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포도에 계절관세를 매기기로 합의했다. 5∼10월에 수입하는 포도에는 45% 관세를 물리고,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수입하는 포도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정부가 시행령을 마련하면서 계절과 상관없이 관세를 일률적으로 0%로 표기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시행령 작업에 기재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가 모두 관여했지만 이런 오류를 잡아내지 못했다.

정부가 시행령 오류로 받지 못한 관세는 약 1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6년 5∼10월과 지난해 5∼10월에 수입된 칠레산 포도의 규모는 2636t이다. 금액으로 약 64억원(606만4000달러)에 이른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시 시행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관계자의 실수가 있었던 것”이라며 “관련 시행령을 바로잡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실수를 발견하고 2일에 이를 바로잡기 위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다만 정부가 실수를 해서 걷지 못한 관세를 받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관세는 ‘관세 법률주의’를 따르기 때문에 법령에 명시된 대로 걷어야 한다. 설사 정부의 실수라 하더라도 이를 소급해서 상대국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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