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 상태에서 3일 창립기념일을 맞은 롯데그룹은 기념식만 조촐하게 치렀다.
롯데는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가 한국 사업을 시작한 1967년 4월 3일을 창립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지난 2월 13일 ‘최순실 게이트’ 1심 재판에서 예기치 않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롯데그룹은 창립 이후 처음 총수 부재 사태를 맞았다.
지난 2일 황각규 대표이사 부회장 주재로 롯데월드타워 31층 오디토리움홀에서 열린 51주년 기념식 행사는 약 20분 만에 끝났다. 황 부회장은 기념사에서 “고객과 주주, 파트너사,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이를 통해 회사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창립 50주년이었던 지난해에는 성대한 창립기념식을 개최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개장 행사와 함께 ‘50주년 뉴 비전(New Vision) 설명회’도 열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방점을 찍고 새로운 비전 ‘Lifetime Value Creator’를 선포했다.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하고 아시아 톱10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해는 창립 50주년이라는 특수성과 롯데월드타워 개장 행사가 겹치면서 성대한 창립기념식을 거행했지만 올해는 그룹 상황을 고려해 조촐하게 기념식을 치렀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도 기념행사를 자제하고 있다. 신 회장 구속 직후 결성된 롯데비상경영위원회는 계열사 차원의 화려한 행사나 불필요한 의전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각 계열사 대표이사와 고위 임원들에게는 골프 자제령도 내렸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의 성공적 개장 1주년 기념행사도 열지 않았다.
한편 신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7개 계열사들은 지난 3월 신 회장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신 회장이 지난달 초 면회 온 롯데 경영진과 변호인을 통해 “이런 상황에서 급여를 계속 받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총수 구속 롯데, 20분 만에 끝낸 창립기념식
입력 2018-04-0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