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전자상가, 디지털산업 중심지로 재생한다

입력 2018-04-04 05:02
진영 국회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성장현 용산구청장, 장병군 상인연합회 회장(오른쪽부터)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 6동에서 열린 ‘용산 Y밸리 혁신 풀랫폼 선포식’에서 디지털 현판식을 위한 버튼을 누르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가 쇠퇴한 용산전자상가를 도시재생 방식으로 개발한다. 창고형 상가 중심인 기존 4개 상가를 대기업·대학 등과 손잡고 2022년까지 창업과 교육시설, 청년 일자리, 주거가 어우러진 디지털산업 중심지 ‘Y밸리’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3일 용산전자상가 6동에서 ‘용산 Y밸리 혁신 플랫폼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날 선포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 하는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박 시장은 “도시계획 패러다임이 ‘개발’에서 ‘사람’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며 “용산전자상가 도시재생은 그러한 철학에 기반을 두고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7년 문을 연 용산전자상가는 PC와 비디오게임 산업을 이끌던 컴퓨터·전자제품 유통 1번지였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인터넷쇼핑이 대중화되면서 쇠락해 현재는 공실률이 22.7%에 달할 정도로 인적이 드문 창고형 상가가 됐다.

용산전자상가 도시재생에는 대학들이 참여한다는 게 특징이다.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등 5개 대학은 용산전자상가에 학교와 현장을 잇는 ‘현장캠퍼스’를 조성한다. 대학들은 현장캠퍼스에서 재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창업 프로그램을 진행해 미래인재 육성에 나선다.

원효상가 2·3층은 ‘용산전자 상상가’로 재탄생한다. 이곳에는 3D프린터와 같은 장비로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디지털대장간’과 창업 아이디어 실험 공간인 ‘마이크로팩토리’가 들어선다.

서울시는 용산전자상가의 부활을 위해 기업과도 적극 협력한다. LG유플러스는 ‘5G 기술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CJ는 지역 내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IT 창의코딩교육’을 진행한다. 우리은행은 영세상인들을 위한 저리융자상품을 개발해 지원한다.

많은 시민들이 찾을 수 있도록 보행 환경도 개선한다. 용산역과 용산전자상가를 연결하는 141m짜리 ‘무빙워크 보행교’가 새롭게 설치된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으로 임대료가 올라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입주상인들의 안정적인 영업을 보장하는 ‘상생협약’도 체결했다.

서울시는 상인, 정부, 기업, 대학, 공공기관 등 16개 기관과 힘을 모아 Y밸리를 만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민관협력으로 세계적인 창업생태계가 된 미국 보스턴 ‘이노베이션 디스트릭트’나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특허가 출원되는 혁신 공간이 된 중국 심천경제특구 ‘화창베이’를 용산전자상가의 미래로 제시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