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뱅 수신 1조, 카뱅 7조… 케뱅 “월내 간편해외송금” 카뱅 고객수 567만명
고신용자 저금리 대출에만 주력 카뱅 작년 1000억대 손실… 은산분리 규제완화 먹구름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1년을 맞았다. 금융권에서는 ‘성공적 1년’이라고 평가한다. 케이뱅크의 여신액과 수신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안에 해외송금서비스,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 간편결제서비스 등을 내놓으면서 수익원 다변화를 꾀한다. 다만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적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은산분리 규제(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배 금지)는 넘어야 할 산이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격적 영업을 이어가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고객의 70% 이상이 시중은행 영업시간이 아닌 시간대에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을 적극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을 내놓을 생각이다. 심 행장은 “이달 안에 간편 국외송금서비스를 경쟁사와 비슷한 최저수준 수수료(5000원)로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송금서비스에는 국내 최초로 해외계좌번호 오입력 방지 시스템을 탑재한다. 조만간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을 공개하고, 하반기에는 간편결제서비스와 법인뱅킹도 시작할 예정이다.
예금금리도 파격적으로 올렸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 금리를 2.2%에서 2.4%로 인상했다. 우대조건이 붙지 않은 2.4% 금리는 시중은행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같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2.2%)와 비교해도 높다.
하지만 대출 여력 확대를 위한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다음 달 말로 미뤄졌다. 심 행장은 “주주사가 20개에 이르다보니 각자 자금 사정이 달라 증자 논의가 예상보다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의 지난 1년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고객 수는 71만명에 이른다. 수신액은 1조2900억원, 여신액은 1조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출범 당시 세웠던 ‘1년 목표’(수신액 5000억원, 여신액 4000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2호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의 성장도 눈부시다.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지난해 7월 출범 직후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카카오뱅크의 고객 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567만명, 여신액 5조8600억원, 수신액 7조1300억원을 달성했다.
인터넷은행이 일으킨 돌풍은 은행권에 ‘메기 효과’를 가져왔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간편한 서비스를 무기로 삼자 기존 시중은행들도 모바일 플랫폼 개편에 적극 나섰다. 신한은행의 통합 플랫폼 ‘신한 쏠(SOL)’이 대표적이다. KB국민은행도 ‘리브(Liiv)’ 앱을 전면 개편하며 간편송금서비스를 더했다.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의 ‘해외송금 수수료’ 카드를 꺼내들자 시중은행들도 각종 프로모션을 통한 수수료 절감으로 대응했다.
인터넷은행이 질주하고 있지만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중금리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케이뱅크는 신용등급 1∼8등급, 카카오뱅크는 1∼6등급을 대상으로 대출을 하고 있다. 금리 연 5% 미만 신용대출 비중이 케이뱅크 43.8%, 카카오뱅크 96.4%에 이른다. 중신용·중금리 대출보다 고신용·저금리 대출에 주력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동안 적자도 계속될 전망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각각 838억원, 1045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금융권에선 출범 초기 투자비용과 공격 마케팅으로 고객 확보에 주력했기 때문으로 본다.
증자를 가로막고 있는 은산분리 규제는 걸림돌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야당 의원 시절에 은산분리 규제를 푸는 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에 규제 완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 행장은 “(김 원장이) 야당 의원으로 있을 때와 다르게 규제 기관의 수장으로서 새로운 시각을 갖겠다고 말한 점을 기대한다”며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테두리 내에서 인터넷은행에 공간을 열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인터넷은행 1년… 몸집 불렸는데 적자, 중금리 대출 낙제점
입력 2018-04-04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