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의 농산물에도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한국 정부는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농산물을 건드리지 않았다고 자부했지만 미국의 입장은 다르다. 백악관은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농산물도 진전을 이뤘다고 했고 미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에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개방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중국에 수출하는 미국 농산물의 일부 물량을 한국에 분담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통상연구본부의 문종철 박사는 3일 “(중국산 물량을 한국에 배당하는 것은)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며 “다만 중국산 물량 중 한국이 소화할 수 있는 건 10∼20%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은 멕시코, 캐나다와 함께 2016년 기준 미국 농산물 수출의 44%를 차지하는 만큼 미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중요한 카드다. 특히 중국의 농축산물 보복관세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팜 벨트(농장 지대)’는 러스트벨트(쇠락한 중공업 지역)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요한 표밭이다.
미국으로선 농산물 수출에 타격을 입지 않도록 중국을 대체할 추가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타결을 북·미 정상회담 뒤로 미룬 만큼 FTA 세부 사항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농산물 시장 개방을 추가로 요구할 수도 있다.
이미 미국의 압박은 시작됐다. USTR은 최근 발간한 2018년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 일부 미국산 과일의 한국 시장 접근이 충분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산 과일에 대한 한국 시장 접근 문제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USTR은 한국의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블루베리의 한국 시장 접근과 체리 수출 프로그램 개선을 요청했다. 수입이 금지된 사과와 배에 대한 시장 접근과 수입 허용도 계속 요구하기로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통상 전문가는 “오렌지나 체리 등 우리나라에서 재배되지 않는 농산물 위주로 시장 개방을 할 수 있다”면서 “음료수 등 가공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구매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는 15∼18일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대기업을 비롯해 만도 등 중견기업이 포함된 대미 통상사절단을 워싱턴DC에 파견한다. 미 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한미산업연대포럼’을 열어 양국 기업 간 협력사례를 공유할 계획이다. 지난 2월 발족한 미 의회 내 한국연구모임 소속 의원을 포함해 다수의 상·하원 의원과의 면담도 예정돼 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美·中 무역전쟁 1라운드는 농산물… ‘한국에 불똥’ 우려
입력 2018-04-04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