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아프리카 가나 해역에서 참치 조업 중 피랍된 한국인 선원 3명의 행방이 1주일이 지나도록 묘연하다. 이들의 생사는 고사하고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납치 세력의 신원이나 요구사항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정보를 수집 중이라고 했지만, 납치 세력의 연락만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대신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엠바고(보도 유예) 해제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반박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마저도 청와대 따로, 외교부 따로다.
엠바고 해제 과정이 석연치 않은 건 사실이다. 외교부는 피랍 사건 당일 안전 등을 이유로 언론에 엠바고를 요청했다. 그런데 불과 나흘 뒤인 31일 갑작스레 엠바고를 해제했다. 외신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는 게 이유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청해부대 문무대왕함 급파 지시가 이어졌다. 외신에는 28일부터 관련 내용이 이미 보도된 뒤여서 해제 이유가 궁색하다. 청와대는 3일 엠바고 해제는 자신들의 판단이라고 했다. 전날까지 자신들의 결정이라고 했던 외교부의 발표와 어긋난다.
외교부의 해외피랍 대응 매뉴얼에는 납치 사실이 보도되면 납치범을 자극할 수 있고 정보를 제공하게 되는 만큼 보도 유예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납득할 만한 긍정적인 변화가 생겨 엠바고가 해제됐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납치 세력이 나이지리아 방향으로 도망치면서 행방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상황은 악화됐다. 매뉴얼에는 대언론 창구를 외교부로 일원화한다고 되어 있지만 지금은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응에 경솔한 측면이 있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는 게 옳다. 청와대와 외교부의 엇박자는 피랍자의 안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모든 것을 떠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피랍 국민들을 빠르고 안전하게 구해내는 것이다. 해외 전문 협상가를 동원하는 등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투입해 구출 작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동아프리카 바다에서 작전하던 문무대왕함은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 오는 16일쯤이나 사고 해역 부근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피랍 선원들이 안전하기를 기대한다.
[사설] 선원 피랍사건 놓고 오락가락하는 청와대와 외교부
입력 2018-04-0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