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질범에 뻥 뚫린 학교 안전… 출입 엄격하게 통제해야

입력 2018-04-04 05:00
서울 방배초등학교에서 2일 발생한 인질극 사건은 학교 안전 관리가 얼마나 부실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범인 양모씨는 수업 중인 오전 11시30분쯤 “이 학교 졸업생으로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며 정문을 통과했다. 교무실에 들이닥친 그는 여학생에게 흉기를 들이댄 채 인질극을 벌이다 1시간 만에 붙잡혔다. 다행히 여학생은 무사했으나 학생·학부모·교사 모두 공포에 떨어야 했다.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이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건 충격적이다.

문제는 안전 기본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교보안관은 서류 발급 등 민원업무를 위해 방문한 외부인에 대해 신분증을 확인한 후 일일 방문증을 발급해야 한다. 주소·연락처 등도 관리 대장에 기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방배초교는 이런 출입관리 절차를 깡그리 무시했다. 학교보안관은 졸업자라는 범인의 말만 믿고 학교 출입을 허락했다.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았고 출입 기록도 작성하지 않았다.

괴한이 학교에 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동구의 한 고등학교 졸업생이 모교에 들어가 흉기로 교사들을 위협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2014년에는 전남 영암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60대 남성이 여자 어린이 4명을 성추행했다. 2010년 6월에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김수철이 여학생을 납치해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김수철 사건’ 이후인 2011년 학교보안관 제도가 도입됐지만 학교 침입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보안관 수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자라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 인력을 대폭 늘리고 미국과 유럽처럼 미리 약속을 하지 않은 외부인은 학부모일지라도 출입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학교 출입 자체를 엄격하게 통제해 학생 안전에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