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인구추계에 의하면 한국 인구가 2031년에 529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65년에 4302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여성 한 명이 평생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를 일컫는 합계출산율을 여러 가지 상황으로 고려해 계산했고, 사용한 출산율 중에 최저치가 1.07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 40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합계출산율이 1.05였다. 이는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정했던 출산율 1.07이 무너진 것이다. 대도시 지역인 서울의 출산율은 0.84, 부산은 0.98로 나타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6년 옥스퍼드 대학 인구문제연구소의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한국을 ‘인구 문제로 소멸될 최초의 국가’로 이미 지목한 바 있다. 2014년에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대한민국 향후 총인구 변화’ 보고서에서도 120년 후인 2136년 인구가 1000만명으로 줄고 2750년이면 이 땅에 사람이 살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 심지어 이 숫자는 합계출산율이 1.19로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서 도출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초저출산의 기준으로 삼는 출산율 1.3을 2001년 이후부터 17년째 하회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면 인구가 줄어 국가가 없어진다는 말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마다 저출산과 고령사회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지원책을 펴 왔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출산과 양육, 주거, 교육, 일자리 창출, 일·가정 양립 등에 관한 200여개 과제를 통해 120조원 넘는 자금을 퍼부었음에도 출산율은 더 감소하기에 이르렀다. 근본적으로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왜 자녀를 갖지 않으려고 하는가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분석 없이 그저 보육이 힘드니 보육료를 보조해주면 자녀 출산을 늘릴 것으로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 엄청난 세금을 낭비한 무용지물 정책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작년 20∼49세 가임 여성의 절반이 독신이라는 통계를 보면 기혼 부부를 전제로 한 단순한 보육비 지원책이 출산율 상승에 실효성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혼외 출산을 백안시하는 현재 사회 구조 안에서 자녀를 갖지 않겠다는 태도는 결혼을 기피하는 풍조와 연계해 고심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보는 미래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경제개발 시대처럼 성장이 지속되지 않는 상태에서 일자리가 새로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보니 교육을 많이 받아도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다. 어렵게 성공한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상대적으로 풍족하고 발전된 사회 인프라를 경험한 세대는 경제적 생활 수준이 그 이하로 추락하는 것을 견디기 어렵다. 형제자매도 많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자라난 젊은 세대들은 조금만 돈이 모이면 여행 가기 바쁜 ‘욜로족’이 많다. 가족과 노후를 위해 아끼고 저축하면서 나이 든 장년층과는 근본적으로 살아온 시간과 가치관이 다른 셈이다.
비결혼 추세가 만연하고 자녀를 행복과 기쁨을 주는 자산보다는 부담으로 인식하는 젊은 세대들의 혼인율과 출산율을 증가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출산율은 삶의 전반적인 질을 반영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소득이 안정적이면 미래를 희망적으로 느끼게 되면서 출산율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일하는 방식과 기업 문화가 변화할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남녀 모두에게 부담 없이 가능하도록 의식 변화와 제도 혁신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 출산율이 계속 하락할 경우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할 재정 파탄과 경제 충격의 쓰나미를 생각하면 정교하게 짜인 저출산 대책이 절실하다.
차은영(이화여대 교수·경제학과)
[경제시평-차은영] 인구절벽의 덫
입력 2018-04-04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