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재질별 분류 폐비닐 이물질 제거 등 시간·비용 많이 들어
中 수입 중단으로 상황 악화… 美·日 등서 재활용품 들어와 재생원료 가격하락·위축
재활용 쓰레기 대란의 중심에는 유가성(有價性)이 적은 폐비닐과 플라스틱이 있다. 유가성이 적다는 것은 돈이 안 된다는 의미다. 수거업체에 이들 품목은 계속 애물단지였다. 최근 폐지 등 금전가치가 높았던 품목의 가격까지 폭락하자 돈이 안 되는 품목의 수거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통상 대규모 아파트단지에서 배출되는 재활용품은 낙찰을 통해 계약을 맺은 민간 업체가 매입한다. 낙찰 업체는 폐지를 주로 수집하고 유리병, 비닐과 플라스틱, 금속캔 등은 전문적으로 선별하는 업체가 다시 주 계약업체와 계약을 맺고 품목별로 거둬 간다.
폐비닐이나 플라스틱은 재질이 다양해 재활용을 위해 분류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더 들어간다. 또 폐비닐에 음식물 등 이물질이 묻어 있으면 씻어야하고, 아예 재활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처치곤란인 비닐과 플라스틱을 처리하기 위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수거업체들과 계약을 맺을 때 비닐과 플라스틱까지 일괄 수거하는 조건을 건다. 수거업체들은 폐지나 고철, 유리병 등 유가성이 높은 품목들을 수출하거나 국내 업체에 판매하고 거기서 얻는 이득으로 비닐과 플라스틱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중국 정부가 환경오염을 이유로 폐플라스틱과 분류하지 않은 폐지 등 24종의 수입중단 조치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국내 수요가 적은 저급 페트(PET) 파쇄품과 폴리염화비닐(PVC) 수출은 지난해 1∼2월 2만2097t에서 올해 1774t으로 줄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중국에 수출한 폐골판지의 양은 57.5% 감소했다. 지난해 ㎏당 평균 130원(수도권 기준)에 거래되던 폐지의 경우 올해는 40원이 떨어져 현재 90원(수도권 기준) 수준이다.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예견한 연구는 이미 있었다. 자원순환경제연구소는 2016년 환경부의 연구용역을 맡아 국내외 재활용시장 실태조사에 나섰다. 연구소는 당시 “국제유가하락 및 국내외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재생원료의 가격하락과 위축 등으로 재활용업체가 경영악화를 겪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또 “경제성장의 둔화로 중국 내 자원수요량이 감소하고 있다”며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재생원료의 대부분이 중국으로 수출되지만 중국의 수입량이 감소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재생원료가 과잉 공급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시장의 흐름은 계속 변하는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활용품 수거 문제를 민간 업체에만 지나치게 의존했고 방치했다”며 “지자체는 아파트 단지의 재활용품 배출상황을 파악하고 긴급상황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닐류 포장재 등은 제품 생산 단계부터 나중에 발생할 폐기물을 책임지도록 하는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돈 안되는 폐비닐·플라스틱 ‘불청객’ 왜?… 재활용의 이면
입력 2018-04-03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