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자 표기 ‘김OO(회)’ 김정태 회장으로 추정되지만 金 회장 “그런 일 없다” 부인
추천자 ‘짱’은 김종준 당시 행장 함영주 행장 의심 사례도 적발
금융감독원은 2013년 KEB하나은행 채용비리를 특별검사하면서 유력인사들의 ‘일자리 청탁’ 흔적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추천자에 ‘국회 정무실’(국회 정무위원회를 줄여서 표기한 것으로 추정) ‘청와대 감사관 조카’ 같은 꼬리표가 붙었다.
2일 금감원 특별검사 결과에 따르면 서류에 추천자 등이 기재된 지원자 105명 중 22명이 최종 합격했다. 이 가운데 16명은 서류전형, 면접 점수 등에서 기준 미달인데도 합격했다. 특정 명문대 지원자를 중심으로 불합격권인 14명을 합격자로 바꾼 정황도 발견됐다.
추천내용에 ‘국회 정무실’로 표기된 지원자 등은 기준 미달인데도 불구하고 합격했다. ‘국회 정무실’은 하나금융지주 홍보실을 통해 실무진에 전달됐는데, 누가 홍보실에 민원을 전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청와대 감사관’은 민원 전달자가 개인영업부 부행장으로 돼 있었는데, 당사자는 추천 사실을 부인했다.
반면 추천자가 ‘짱’으로 표시된 지원자들과 관련해 ‘짱’은 김종준 당시 하나은행장을 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행장은 아들 친구 2명 등을 추천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반드시 돼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표기된 지원자도 있었는데 당시 하나은행 부행장은 고등학교 동기의 부탁을 받아 추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도 연루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과 함 행장을 포함한 대부분 하나금융 인사들은 강하게 부인한다. 2013년 당시 하나은행장 등 일부만 추천 사실을 인정했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자신사퇴로 촉발된 ‘금감원과 하나금융의 힘겨루기’는 앞으로 진행될 검찰 조사에서 판가름 나게 됐다.
금감원이 김 회장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하는 지원자의 경우 추천자가 ‘김○○(회)’다. 김○○은 당시 하나금융지주 인사전략팀장이다. 이 지원자의 추천내용에는 ‘최종 합격’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이 지원자는 실무면접 점수 등에서 기준에 크게 못 미쳤고 합숙면접에서 태도불량으로 0점 처리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결과는 최종 합격이었다.
금감원은 하나은행 인사 담당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회’를 회장실로 추정했지만 최종 확인하지는 못했다. 김 회장은 금감원 조사에서 “추천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하나금융 측은 “김 회장은 이 지원자를 모르고, 지원자의 부모도 모른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처음부터 최종 합격으로 추천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추천내용에 ‘함○○ 대표님(○○시장 비서실장)’이라고 적힌 지원자도 찾아냈다. 금감원은 추천자를 함 행장으로 지목했다. 함 행장은 2013년에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였다. ‘○○시장 비서실장’의 자녀인 이 지원자는 기준 미달의 합숙면접 점수를 받았는데도 최종 합격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추천자는 당시 충청지역 시청사에 입점해 있던 지점장이었고, 함 행장이 당시 충청지역 대표였기 때문에 함 행장의 추천으로 기록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성원 안규영 기자 naa@kmib.co.kr
추천자 항목에 ‘국회’ ‘靑’… 하나은행 채용비리 청탁 정황
입력 2018-04-0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