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출자 고리 끊겠다던 삼성, 시기·방법 ‘미정’

입력 2018-04-03 05:03

롯데그룹에 이어 현대자동차그룹까지 계열사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나서면서 이제 마지막 남은 삼성그룹의 대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것을 종용하고 있지만 삼성은 원칙적 해소 방침만 밝히고 구체적인 방안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2일 삼성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는 모두 7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삼성생명에서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을 거쳐 다시 삼성생명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공정위의 요구에 맞춰 순환출자 해소안을 발표했지만 삼성은 당장 내놓을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삼성SDI가 갖고 있는 삼성물산 주식을 오는 8월 26일까지 모두 처분하면 3개의 순환출자 구조가 정리되고 4개가 남게 된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가 생겼다며 시한을 정해 지분을 처분하라고 했고, 삼성SDI는 이를 받아들여 매각을 준비 중이다.

나머지 4개 고리는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하면 해소할 수 있다. 삼성은 이 방법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모든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방침이지만 시기와 방법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선 순환출자 해소에 막대한 돈이 필요해 삼성의 고민이 길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은 순환출자를 모두 해소하겠다는 뜻을 2015년 공정위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순환출자 고리를 일거에 끊지 못하는 이유로 삼성물산의 주가하락 등 주식시장에 미칠 충격을 들고 있다. 삼성SDI(2.13%) 삼성전기(2.64%) 삼성화재(1.38%)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은 1조6000억원가량이다. 이에 삼성SDI가 매각할 주식은 삼성물산이 자사주로 매입하거나 이재용 부회장이 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의 지배구조에선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와 삼성전자의 지분 관계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부가 금산분리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 두 금융 계열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상당 부분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려면 삼성전자로서는 엄청난 재원을 들여 이를 사들여야 한다. 3월 말 보통주 기준으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8.27%를, 삼성화재는 1.45%를 보유 중이다.

정부 정책에 변화가 없더라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곧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으로 지분 비율이 오르기 때문이다. 둘을 합쳐 지분 비율이 10%가 넘으면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초과분을 팔아야 한다.

권기석 김현길 기자 keys@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