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열리는 ‘2018 남북 정상회담’에서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을 뛰어넘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역대 남북정상선언과 고위급 합의에서는 비핵화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향적 의지를 밝히면서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남북이 먼저 비핵화 선언을 도출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한반도 운전자론의 목적지이자 25년째 지속된 북핵 문제의 중대한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역대 주요 남북 합의 중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포함된 것은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10·4 남북정상선언뿐이다. 선언 4항에는 “남과 북은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2005년)과 ‘2·13 합의’(2007년)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한다”고 명시돼 있다. 당시 활발하게 돌아가던 6자회담의 여러 합의를 바탕으로 남북이 처음으로 핵 문제를 거론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이번 정상회담은 기본적으로 10·4 정상선언의 합의 내용을 계승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남북 간 진전된 합의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10·4 정상선언 10주년 기념사에서 “10·4 정상선언은 한반도의 평화 지도였다. 북핵 문제 해결까지 합의했다”며 “남과 북이 함께 10·4 정상선언이 여전히 유효함을 선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북핵 문제를 6자회담을 거치거나 북·미 대화를 통해서만 해결하려 했던 틀을 깨고 남북 간에도 포괄적으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과거 북·미 협상과 6자회담에서 시도된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의 단계별 일대일 매칭 협상이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미 정상이 서로 만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지금은 과거와 다른 접근이 필요한 때”라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선언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체제보장·긴장완화·통일·경제협력이 골간이었던 과거 합의와 달리 이번엔 ‘플러스 알파’로 비핵화 논의가 정상선언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핵화 문제와 별도로 이뤄질 남북 관계 개선 논의는 1991년 노태우정부에서 발표된 남북기본합의서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4장 25개항의 합의서는 남북 화해·불가침·교류협력·합의서 수정 및 발효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정전체제를 평화 상태로 전환하자는 구상과 민족경제의 통일적 발전을 담은 경협 내용도 포함돼 있다.
7·4 남북공동성명(1972년)과 6·15 남북공동선언(2000년)은 통일 방안에 대해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 7·4 공동성명은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통일 3대 원칙을 천명했고, 6·15 공동선언은 연합(남측)·연방제(북측) 통일정책의 유사성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통일을 지향한다고 명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협력 방안도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며 “역대 남북 합의를 기반으로 새로운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근 중국이 남·북·미·중 평화협정 체결을 미국에 제안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는 “남·북·미 정상회담이 (4자회담보다) 선행돼야 한다”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靑, 4·27 남북정상회담서 ‘비핵화 선언’ 도출 추진
입력 2018-04-03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