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때린 만큼 보복”… 美 농산물 맞불 관세

입력 2018-04-02 18:40 수정 2018-04-02 21:36

128개 품목 최대 25% 부과… 단계적 예상 깨고 강력 응수
트럼프 표밭 품목 집중 타깃… 한편으론 “대화하자” 신호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맞서 미 농축산물과 철강 제품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하며 무역전쟁에 불을 지폈다. 중국은 당초 128개 품목을 2단계로 나눠 관세를 부과키로 했으나 ‘일괄 부과’라는 초강수를 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텃밭인 ‘팜벨트(농장지대)’가 타깃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중국의 조치는 미국에 조속히 대화로 풀자고 촉구하는 제스처란 해석도 나온다.

중국 재정부는 2일부터 돼지고기와 과일, 철강제품 등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대해 관세양허 의무를 중단하고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신선과일과 건과류, 견과류, 와인, 미국산 인삼, 강관 등 120개 품목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돈육과 돈육제품, 재활용 알루미늄 등 8개 품목에는 25%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지난해 120개 품목의 총수입액은 9억7700만 달러(약 1조565억원)였고, 8개 품목 총수입액은 19억9200만 달러(약 2조1527억원)였다. 재정부는 이번 조치가 지난달 22일 미국이 500억 달러(약 53조1500억원) 이상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물린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3일 이들 품목에 대해 15%와 25%로 나눠 순차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국 ‘동시 부과’를 선택했다. 조치도 아주 신속히 진행됐다.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23일 양허관세 중단 리스트를 발표한 뒤 26일 ‘세이프가드 협정’에 근거해 미국에 무역 보상 협상을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이 답변을 거부하자 양측의 입장이 일치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지난달 29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양허관세 중단 리스트를 제출했다. 이어 관세 부과 조치까지 불과 10일 만에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 앞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설 것이라고 주장했듯 미국의 조치에 상응하는 보복을 한 셈이다. 인민일보는 이날에도 “중국이 국내용으로 엄포를 놓을 뿐 결국 양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라며 “중국은 상대가 때리는 만큼 당하게 해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특히 지난 미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팜벨트’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을 관세 부과 대상에 대거 포함시켰다.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의 변수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돼지를 많이 생산하는 상위 10개주 가운데 8곳에서 승리했다. 이번 보복 조치에서 대두(콩)는 제외해 ‘카드’로 아껴뒀다. 중국은 지난해 약 139억 달러(약 15조2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대두를 사들였다. 대두 역시 팜벨트에서 생산된다. 중국에선 미국산 자동차나 전자제품, 보잉 항공기 구매제한 등의 추가 조치도 거론된다. 미국이 추가 조치를 취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가 뒤따를 것이란 경고로 해석된다.

그러나 중국의 조치는 역으로 미국에 강력히 대화를 촉구하는 의미가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과 미국은 세계 양대 경제 주체로서 협력만이 유일하고 올바른 선택”이라며 “중·미 간 무역이 정상 궤도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도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어 결국 협상으로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