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장자연 성접대 의혹 사건과 부산 엄궁동 2인조 살인 사건 등 5개 사건이 재조사 대상에 올랐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과거 인권을 침해했거나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는 5개 개별 사건을 2차 사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조사를 권고했다고 2일 밝혔다.
장자연 성접대 의혹 사건은 배우 장자연씨가 2009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장씨는 연예기획사, 대기업, 금융업, 언론계 종사자 등 31명을 100여 차례 성접대했다는 내용의 ‘장자연 리스트’를 남겼다. 검찰은 장씨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를 기소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성상납 혐의를 받은 이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1990년 1월 부산 사상구 엄궁동 낙동강 갈대숲에서 30대 여성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두개골이 함몰된 상태였다. 경찰은 이듬해 11월 사건 현장 근처에서 용의자 2명을 붙잡았다. 목격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키가 큰 남성이 각목으로 때린 뒤 키가 작은 남성이 돌로 쳤다고 결론지었다. 이내 엄궁동 2인조 살인 사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2013년 출소한 이들은 경찰이 고문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사건을 변호한 문재인 대통령은 방송 인터뷰에서 “가장 한이 남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춘천 파출소장 딸 강간살해 사건과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사건, 용산참사도 사전 조사 대상 사건으로 선정됐다.
춘천 파출소장 딸 강간살해 사건은 72년 9월 강원도 춘천에서 춘천경찰서 역전파출소장의 9세 딸이 강간·살해당한 사건이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신속한 범인 검거를 지시했다. 경찰은 정모씨를 고문해 허위자백을 받았다. 춘천지법은 2008년 재심에서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영화 ‘7번방의 선물’(2013)의 모티브가 됐다.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사건은 이명박정부 초창기인 2008년 노무현정부 시절 임명된 정 전 사장을 검찰이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가 무죄 판결이 확정된 사건이다. 검찰 사건평정위원회는 2013년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기소했다고 판단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서울 용산구 철거민 농성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경찰 1명과 철거민 5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경찰의 과잉진압이 대형 참사를 일으켰다는 지적에도 검찰은 철거민 5명만 구속 기소하고 시위를 진압한 경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아울러 과거사위는 5개 개별 사건 외에 ‘피의사실공표죄로 수사된 사건’ 유형을 포괄적 조사 사건으로 선정해 처리 실태와 문제점 등을 검토키로 했다.
과거사위는 지난 2월 선정한 1차 사전 조사 대상 사건 12건 중 8개 사건에 대해 수사착수 경위나 수사과정 등에 의혹이 있다고 보고 본조사를 진행하라고 권고했다. 본조사 대상 사건은 김근태 고문 사건(1985년) 형제복지원 사건(1986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1987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1991년) 약촌오거리 사건(2000년) PD수첩 사건(2008년) 청와대-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2010년) 신한금융 관련 사건(2008·2010·2015년)이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1999년)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건(2011년)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2012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2013년) 4개 사건에 대해선 사전 조사를 추가 진행키로 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장자연 사건’ 진상은… 9년 만에 재조사
입력 2018-04-03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