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외고 탈락자, 평준화 일반고 ‘배정 배제’ 논란

입력 2018-04-03 05:05
현재 中 3부터 불합격 경우 비평준화지역만 응시 가능
전북·경기·강원·충북·제주 5곳만 추가 배정 규정 없어
서울 등 9곳은 진학 길 열려 “선택권 막는 역차별” 반발


지난해 치러진 고교 입시에서 전주와 익산·군산 등 전북지역 평준화지역 일반계 고교 지원자는 사상 최초로 모두 정원에 미달됐다. 학생 수 감소로 이런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북지역의 경우 현재 중학교 3학년부터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등에 응시했다가 불합격하면 비평준화지역의 미달 학교에 지원하거나 재수할 수밖에 없다. 전북 외에도 경기도와 강원·충북·제주 등 5개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지난달 ‘2019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5개 지역이 ‘자사고·외고·국제고 불합격자, 평준화 일반고 미배정’ 방침을 내놨기 때문이다.

2일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전북도교육청은 지난달 29일 이 같은 내용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다른 4개 도교육청도 ‘자사고 등의 불합격 시 평준화지역 일반고등학교의 추가배정’ 관련 규정을 두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들 5개 지역에서는 자사고 불합격 시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비평준화지역 미달 학교의 추가모집에 응시하든지 아니면 재수를 해야 한다. 이들 교육청은 방침에 대해 “특정 학교의 우수 학생 선점, 고교 서열화를 완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자사고·외고 지원자에 대한 역차별이자,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막는 불합리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용인한국외대부고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결정은 학생들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침해하는 폭력이자, 자사고 말살정책의 하나”라며 “즉각 이를 철회하고 시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자사고인 전주 상산고도 “같은 지역 내에 미달학교가 있음에도 통학거리가 먼 미달 학교를 찾거나 재수를 하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학교는 입학정원의 일부(25∼30%)를 지역 인재를 위해 의무할당으로 배려해 선발해 왔음에도 이번 방침으로 지역 인재들이 다른 시·도로 떠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심각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경기지역 학생만 응시할 수 있는 안산동산고 등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9개 특별시·특별자치시·광역시 교육청과 4개 도 단위 교육청은 자사고나 외고 불합격자들이 해당 평준화지역 일반고에 진학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편 최명재 민족사관학원 이사장, 홍성대 상산학원 이사장, 오연천 현대학원 이사장 등은 교육부가 지난해 말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선발 시기를 전기에서 후기로 바꾸고 이중지원을 금지한 것에 대해 지난 2월 헌법소원을 냈다.

전주=김용권 기자, 전국종합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