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6개 앱 하나로 합친 ‘쏠’ 2월 출시… 번거로움 해소
오픈 API는 농협이 첫 시작… 40여개 핀테크 업체와 협업
종이 없는 창구도 잇단 확산
직장인 A씨(30)는 최근 한 시중은행에서 통장과 신용카드를 만들었다. A씨는 모바일뱅킹을 이용하기 위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았다. 모바일뱅킹 앱을 사용하기 위해선 인증 앱도 추가 다운받아야 했다. 또 앱카드, 알림 앱도 설치했다. A씨는 “은행 업무를 조금 편하게 보려는 건데 도대체 앱을 몇 개나 다운받아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자발적으로 은행 앱을 까는 경우도 있지만 은행 창구에서 부가 혜택이 있다며 앱 설치를 권장하기도 한다. 문제는 A씨처럼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러 종류의 앱을 다운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은 조만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모바일 강화 차원에서 앱을 통합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도 개방해 핀테크 업체와 협업하고 디지털 창구도 전면 확대하고 나섰다.
앱 통합은 신한은행이 한발 빨랐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슈퍼앱 ‘쏠(SOL)’을 출시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쏠은 신규 가입자 40만명을 돌파했다. 출시한 지 40여일 만이다. ‘신한S뱅크’와 ‘써니뱅크’ 이용자까지 합치면 427만명이 쏠을 이용하고 있다. 신한은행 쏠은 총 6개 앱을 하나로 합친 서비스를 제공한다.
NH농협은행도 ‘통합 스마트뱅킹’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올해 안에 통합 앱을 선보일 방침이다. 다만 하나의 앱에 모든 기능을 넣기보다 고객 편의를 고려한 ‘투트랙’ 전략을 검토 중이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간편 송금결제 앱인 올원뱅크는 가입자의 80%가 사용하는 앱이기 때문에 통합 모바일뱅킹 앱과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도 올 상반기 중 고객 상담, 환율, 가계부 기능 등을 통합한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전산망도 개방하는 추세다. 농협은행은 2015년 업계 최초로 ‘오픈 API’를 시작한 뒤 현재 125개의 API를 공개해 40여개 핀테크 스타트업과 협업 중이다. 오픈 API는 콘텐츠 개발이 용이하도록 필요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영업점 조회, 계좌 이체·조회 같은 농협은행 서비스 기능을 스타트업 앱 개발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해놓은 것이다. 농협은행의 개인 간 거래(P2P) 자금관리 API가 대표적이다. KEB하나은행도 올 2월부터 40여개 API를 공개하며 오픈 API 플랫폼에 뛰어들어 5개 업체가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오는 7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종이 대신 태블릿PC를 이용하는 디지털 창구도 확산일로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4월 정기조회사를 통해 “디지털 창구 서비스를 하반기 모든 점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종이 서식 기반에서 디지털 기반 업무처리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신한은행은 4월부터 전국 모든 창구에서 태블릿PC를 활용한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KEB하나은행도 올해 안에 모든 영업점을 종이 없는 ‘하나 스마트 창구’로 전환할 방침이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은행들, 앱 통합·API 개방·디지털 창구 확대 ‘잰걸음’
입력 2018-04-03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