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도 하고, 금리역전도 방어해야”… 이주열의 고민

입력 2018-04-03 05:02

2기 임기 시작한 이주열 한은 총재 금리 추가 ‘인상’ 어려움 토로
재정 확장, 장기적 건전성 훼손하지 않는 범위서 필요
물가안정목표제 개편 예고… “경제 현안 적극 조언” 강조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키워드로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언급했다. 2기 임기(4년) 첫날인 2일 이 총재는 “기준금리 정책 하나만으로 두 토끼 모두 잡는 게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며 “물가안정목표제의 효율성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현안에 대해선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2기 임기 첫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성장도 해야 하고 금융안정도 지켜야 하는데 그걸 위협할 수 있는 요소가 현재 있다”고 말했다.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완화적 정책이 필요한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긴축 기조로 인해 한·미 금리역전을 장기간 방치할 수 없는 상황 등으로 금리 추가 인상을 검토해야 하는 어려움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과 별도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재정 확장이 필요하다”며 “모든 중앙은행 총재가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가안정목표제 개편도 예고했다. 한은법상 한은의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을 단일 목표로 한다. 현재 2.0%의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통화량을 조절하는데, 최근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 등지에서 성장률은 좋은데 물가가 오르지 않는 저물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성장과 물가 간 관계 변화, 금융안정에 관한 중앙은행 역할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물가안정목표제의 효율적 운영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경제 현안 전반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조사연구 능력을 심화하고, 정책 당국에 부단히 제언하겠다는 의미다. 연임 청문회 당시 불거졌던 ‘예스맨’ 논란엔 조금 억울함을 표시했다. 이 총재는 “정책 당국에 쓴소리를 공개적으로 하면 엇박자 불협화음 비판이 나오고, 시장은 혼란스럽다는 말도 등장하기 마련”이라고 했다. 물밑에서 비공개로 정책 당국과 성실히 소통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