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2일 추가 적발한 32건의 하나은행 채용비리 정황을 보면 우리 사회의 고질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여성 지원자를 차별하고 학벌 특혜에 은행 내부 인사는 물론 국회와 청와대 등 고위층 ‘백’에 의한 채용비리 의혹까지 복마전이 따로 없다. KB국민은행에 이어 하나은행도 신입직원 채용과정에서 여성 지원자를 차별했다. 지난 1월 채용비리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박기동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은 2015년과 2016년 신입직원 채용과정에서 “여성은 출산과 육아휴직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단절될 수 있으니 탈락시켜야 한다”며 남성 지원자의 순위를 올려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성차별 관행이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하나은행의 여성 차별은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졌다. 2013년 상반기에 남녀 채용비율을 9.4대 1로, 하반기에는 4대 1로 차등하기로 사전 계획하고 서류전형에서 여성 커트라인을 남성보다 월등하게 높였다. 만약 커트라인을 동일하게 적용했다면 여성 619명이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남성은 그만큼 덜 뽑혔을 것이라고 한다. 동일한 직무인데도 여성 지원자를 차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채용에서 남녀를 차별하는 것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다. 최종 임원면접에서 합격권 내 여성 2명을 탈락시키고 합격권 밖 남성 2명의 순위를 상향 조정해 특혜 합격시킨 정황도 나왔다. 사회 각 분야에 금녀의 벽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데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이나 승진에서 차별을 당하고 있으니 양성평등 시대로 가려면 아직 멀었다.
금감원은 이번 특별검사의 빌미가 됐던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채용비리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연루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채용비리 정황도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는 김 회장과 함 행장의 채용추천건을 부인하고 있어 검찰이 규명해야 할 몫으로 남게 됐다. 올해 초 금감원의 은행권 검사와 검찰 수사에 이은 금감원 특별검사에서 양파껍질처럼 깔수록 불거지는 채용비리는 이제 신물이 날 지경이다. 도대체 정상적으로 뽑힌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의심마저 든다.
[사설]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에서부터 차별한 은행들
입력 2018-04-03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