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강화하겠다는 건지, 무력화시키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교육 관련 SNS에 2일 가장 많이 올라온 글이다. 현재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혼란을 이보다 더 적확하게 표현한 말이 있나 싶다. 대입 정책을 둘러싼 당국의 오락가락 행보에 학부모·학생들의 속이 그만큼 타들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최근 서울 주요 대학들에 “2020학년도부터 정시 모집 비율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마디로 수능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이달 초 입학전형계획을 확정할 예정이었던 대학들은 비상이 걸렸다. 연세대가 1일 정시모집 인원을 확대하는 안을 발표한 데 이어 2일에는 동국대, 성균관대가 뒤를 따랐다. 다른 수도권 일부 대학들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 지원 등을 무기 삼은 교육 당국의 정책 방향을 무시할 수 없는 대학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 확대 필요성은 그동안 많은 교육 수요자들이 주장했던 부분이다. 역대 정부가 ‘수시 확대·정시 축소’ 기조를 유지한 결과 1997년 첫 도입된 수시 전형은 해마다 늘어 2019학년도는 76.2%까지 치솟았다. 반면 정시 비중은 계속 감소해 내년도에는 23.8%까지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정시를 늘리겠다고 선회한 것은 수시 중 대표적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비판 때문이다. 학종은 그동안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이라는 오명을 들으며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학종의 폐해를 보완하려고 수능 강화를 들고 나온 셈이다.
어이없는 것은 이런 흐름과 상충되는 방안이 시차를 두고 나왔다는 점이다. 수시에서 그나마 객관적 평가 지표인 수능 최저기준을 없애겠다는 방침이 전해진 것이다. 수능 비중을 줄이겠다는 얘기다. 최저기준이 없어지면 수능의 비중이 줄어 정시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공정성을 상실해 비난 여론에 직면한 학종의 공정성은 더욱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한쪽에선 수능을 강화하고 한쪽에선 수능을 약화시키는 상충된 대입 정책이 동시에 나온 것이다. 중심을 잡아야 할 교육부가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는 꼴이다.
교육부의 갈지자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능 절대평가,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등을 놓고 그랬다. 문재인정부의 국정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교육 분야가 최하위로 처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니 교육부 폐지론까지 나오는 것이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은 입시 제도를 단순화하고 예측 가능한 교육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백년지대계는 고사하고 5년이라도 내다볼 수 있는 교육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펼치길 바란다. 학부모·학생의 이런 바람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사설] 이러니 교육부 폐지론까지 나오는 거 아닌가
입력 2018-04-03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