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기구는 재량범위가 넓어 권위가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감독 당국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이날 금감원은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낙마하는 계기가 됐던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원장은 ‘정체성’이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다. 안팎으로 여러 논란에 휘말리며 위상이 흔들리는 금감원의 정체성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정체성을 두고 몇 가지 ‘신호’도 보냈다. 우선 정책기관과 감독기관 역할은 다르고, 금융감독의 원칙이 정치·정책적 고려로 왜곡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이 금감원에 부여한 권한을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만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신뢰 회복과 권위 확립도 역설했다. 김 원장은 “감독 당국으로서의 권위는 칼을 휘두르며 위엄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일처리를 통해 시장과 국민에게 신뢰받을 때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는 점을 인식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사이에서 조화·균형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그동안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를 우위에 둔 채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취임식을 마친 뒤 기자실을 찾아 “일방적인 규제 강화론자로 잘못 알려졌는데, 저를 너무 한쪽 방향으로 몰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시절에도 자본시장과 관련해 중간에서 많은 규제를 풀었다”고 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나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금융회사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게 금감원의 규제 강화로 이어진다고 보는 시장 우려를 해소하려는 발언이다.
김찬희 안규영 기자 chkim@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하나銀 채용비리 발표일에… 김기식 “감독당국 권위 바닥”
입력 2018-04-0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