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심판 매수로 해체 위기 김종부 감독 중심으로 뭉쳐 도약… 올 시즌 승격 후 초반 4연승 질주
2015-2016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1부 리그)에선 한 편의 동화가 펼쳐졌다. 이전 시즌 EPL로 승격된 레스터시티가 우승한 것이었다. 올해 한국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에서도 기적이 일어날 조짐이다. 주인공은 3년 만에 2부 리그에서 우승해 1부 리그로 승격한 경남 FC다. 경남은 4연승을 질주하며 2일 현재 선두에 올라 있다. 걸출한 공격수의 맹활약과 감독의 뛰어난 리더십 등 두 팀은 닮은 점이 많다.
경남은 지난 1일 강원 FC와의 4라운드 경기에서 말컹의 멀티골과 김효기의 추가골을 앞세워 3대 1로 이기고 4연승을 기록했다. 승격 팀이 개막 4연승을 거둔 것은 경남이 처음이다.
레스터시티에 제이미 바디(31)가 있었다면 경남엔 말컹(24)이 있다. 공장 노동자였던 바디는 8부 리그 무명 선수였다. 말컹 역시 지난 시즌 경남에 왔을 때 큰 키(196㎝)만 돋보였던 ‘원석’이었다.
두 선수 모두 감독의 빼어난 용병술 덕분에 특급 공격수로 거듭났다. 2015년 7월 레스터시티 사령탑에 오른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은 처진 공격수로 활약하던 바디를 과감히 최전방으로 보냈다. 바디는 2014-2015 시즌 34경기에서 5골에 그쳤지만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한 뒤 2015-2016 시즌엔 36경기에서 24골(득점 2위)을 터뜨리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김종부 경남 감독은 말컹의 동작을 간결하게 만들었고, 문전에서 큰 키를 활용하는 법 등을 가르쳤다. 지난겨울엔 말컹의 득점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빌드업에 공을 들였다. 말컹은 올 시즌 3경기에서 6골을 넣어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바디와 말컹은 모두 팀을 우승으로 이끈 뒤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며 러브콜을 보낸 다른 구단들의 제안을 뿌리치고 잔류를 선택했다. 특히 말컹은 경기력뿐만 아니라 인성도 남다르다. 경기가 끝나면 사진을 찍으려고 몰려드는 팬들을 웃는 얼굴로 맞이한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팬들이 보내준 사랑에 보답할 줄 아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레스터시티와 경남의 플레이 스타일은 조금 다르다. 레스터시티는 라인을 내리고 빠른 역습을 구사했다. 경남은 역습에 의존하기보다 라인을 올려 공격한다. 하지만 두 팀은 압박을 중시하고, 특급 공격수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 가는 공통점이 있다.
경남은 2015년 심판 매수로 승점 10점 삭감의 중징계를 당하고 해체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김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경남 동화’를 쓰고 있다. 경남 관계자는 2일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지 몰랐는데 얼떨떨하다”며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 어제 경기 후 ‘경남이 우승할 수 있도록 도에서 적극적인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레스터시티처럼… 경남 FC도 ‘동화’ 쓰나
입력 2018-04-03 05:00 수정 2018-04-03 1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