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는 지난달 야구 시즌 개막에 앞서 대책회의를 가졌습니다. 여러 안건 중 하나가 야구장 청소 방안이었습니다. 경기가 있을 때마다 산더미처럼 쌓이는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치우기 위해서였습니다.
야구장 쓰레기 문제는 이미 오래됐습니다. 지난해 5월 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야구 경기 후 관중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청소하기 위해 100ℓ짜리 쓰레기봉투 300개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3만ℓ에 달하는 실로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버려졌던 것입니다. 쓰레기 문제는 야구장뿐 아니라 유명 가수의 공연, 집회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엔 늘 쓰레기가 골칫거리입니다.
그런데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렸던 2018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가 그랬습니다. 1만5000여명이 모였지만 참석자들이 앉아있던 노천극장에 쓰레기는 없었습니다. 교인들이 주변을 청소했기 때문입니다.
연합예배 현장에는 쓰레기로 버려질 물품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준비위원회가 배포한 순서지와 스티로폼 방석만 해도 각각 8000개가 넘었습니다. 또 교회별로 김밥 등 간식을 준비해 은박지나 물병 등 ‘예비 쓰레기’들이 도처에 널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진짜 쓰레기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미리 쓰레기봉투까지 준비한 교인들의 정성 때문이었습니다.
이날 노천극장을 떠나지 않고 마지막까지 청소하던 세 명의 교인이 있었습니다. 이들 중 한 분이 남긴 말이 귓가를 울립니다. “예배드린 자리가 더러우면 되나요. 깨끗해야지.” 기독교인들의 성숙함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미션 톡!] 1만5000여명 모였던 자리가 이렇게 깨끗하다니… ‘뒤끝’ 없었던 부활절 연합예배 현장
입력 2018-04-03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