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끝이 아닌 시작임을 깨달아”

입력 2018-04-03 00:00
아름다운교회의 한 성도가 1일 경기도 고양시 소재 이 교회에서 열린 부활절 예배에서 입관 체험을 하고 있다. 관은 길이 2m에 이르는 특대 사이즈였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비좁았다.

“엄마, 그동안 저 키워주시느라 고생 많았어요. 감사합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 그리고 사랑해요.”

돌아가신 어머니가 누운 관을 마주한 백모(31·여)씨는 금세라도 눈물을 쏟을 듯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곁에 서 있던 남편 노모(32)씨가 백씨의 어깨를 잡고 토닥거렸다. 부부의 마지막 인사가 끝나자 엄마 위모(57) 집사가 관 뚜껑을 열고 일어섰다. 관 속에 누워 딸의 말을 들었는지 위 집사의 눈가에도 눈물이 번져 있었다.

합주반 회원들의 체험이 시작됐다. 곳곳에서 웃음꽃이 피었다. 한 남성 회원은 뚜껑이 제때 열리지 않자 ‘난 아직 갈 때가 안 됐어’라고 소리쳐 주위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다른 회원은 관에 메아리 입을 갖다 대고는 “자기야,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자기 때문에 행복했어. 우리 천국에서도 친하게 지내자”라고 다정한 목소리로 외쳤다.

부활절인 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아름다운교회(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담임목사 안도현)에서 ‘나의 장례식’을 주제로 입관 체험을 하는 주일 예배가 열렸다. 40여 가족 등으로 구성된 150여명의 성도들은 행사에 참여해 삶과 죽음, 부활에 대한 의미를 되새겼다. 엄마의 입관을 지켜봤던 백씨는 “죽음이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름다운교회는 고난-부활주간을 맞아 지난달 15일부터 입관체험 외에 영상 편지를 남기거나 ‘버킷리스트’와 자필 유언서를 작성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1990년 일산 풍리의 허허벌판 비닐하우스에서 시작된 교회는 ‘웰다잉 사역’에 매진했다. 기독교인이라면 죽임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슬로건 아래 행복한 인생의 마무리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는 가르침을 전해왔다.

99년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안도현 목사는 “웰다잉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잘 죽기 위해 잘 살자는 것”이라면서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하루하루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양=글·사진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