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정시 전 인재 선점 의도도
학생부 작성·대학 선발 기준 모호
학생들 ‘깜깜이 전형’ 불만 폭증에
교육부 대학에 “정시 확대” 요구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대학과 고교 교사, 교육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선 선발권을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학종이 매력적이다. 고교 내신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에 구애받지 않고 학생을 선발할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인재를 선점하려는 의도도 작용한다. 고려대의 경우 2017학년도에 18%였던 학종 비율을 2018학년도에 63.9%로 3배 이상 늘렸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란 안전판을 믿고 인재 선점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다른 상위권 대학들도 경쟁적으로 학종 비중을 늘리고 있다. 정시까지 기다릴 이유도, 여유도 없는 것이다.
고교 교사들은 학생부 작성을 하므로 1차 평가권을 쥔다. EBS 강의에 빼앗겼던 수업권을 되찾아 올 수 있어 교권도 자연스럽게 세워진다. 교사들은 이를 고교교육 정상화라며 반긴다. 충남의 한 고교 교장은 “우리는 과거 소위 꼴통 학교였다. 학종이 아니라면 인(in)서울은 불가능했다. 명문대 진학자가 한두 명 나오자 학교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쁘지 않은 제도로 본다. 참여형·토론형 수업이 활성화되고 이런 활동들이 학생부에 기록으로 쌓인다. 이 때문에 학교에선 엎드려 자고 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줄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과정 중심 평가에 가장 부합하는 제도로 본다.
그러나 매순간 평가를 받아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괴롭다. 고교 프로그램이나 교사의 능력, 도덕성에 따라 학생부 내용과 분량이 달라진다는 불만도 상당하다. 정성평가여서 학생부가 어떤 기준으로 쓰이고 대학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 모르는 ‘깜깜이 전형’으로도 인식된다. 선발 기준이 모호하므로 교과, 비교과, 수능을 동시에 준비해야 해서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란 비판도 있다. 사교육으로 해결하고 싶어도 효과가 불분명하다. 학생부 조작 사건이 이어지고 교수들이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려 입시에 활용하는 부도덕한 사례가 드러나면서 신뢰도도 바닥인 상태다.
이런 와중에 학종의 비중이 올라가자 학부모들의 불만이 폭증했다. 그러자 교육부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모습이다. 지방선거를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춘란 차관이 주요 대학들을 찾아다니며 “정시 비중을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재정 지원과 연계해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완화하거나 없애 달라”고 권고했다. 공교육 정상화를 명분으로 수시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폈던 교육부가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이자 입시업체마저 ‘진의가 무엇인가’ ‘정책 기조가 지방선거 후에도 이어질까’라며 혼란스러워한다.
이도경 기자
그래픽=공희정 기자
[대입제도 개편] 급격히 늘어난 ‘학종’… 대학·교사·교육부 다 원했다
입력 2018-04-04 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