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종한] 초미세먼지 특단의 조처를

입력 2018-04-03 05:00

직경이 10㎛ 이하, 2.5㎛ 이하인 분진을 각각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라고 한다. 초미세먼지가 유해한 성분들을 더 갖고 있어 건강에 더욱 치명적이다. 이들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올해도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평소보다 4배나 높아져 ㎥당 평균 160㎍을 웃돌았고, 폐 속까지 파고드는 초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의 4배에 가까운 90㎍까지 올랐다. 서울의 대기가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인도 뉴델리에 이어 두 번째로 나쁘다는 평가가 나오기까지 했다.

인체에 유해하다고 하는 초미세먼지는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연구에 따르면 국내 초미세먼지의 30∼50%는 중국에서 발생해 국내에 유입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에서 발생되는 초미세먼지는 자동차에서 나오는 비중이 비교적 높다. 기상 등 특정 조건에 따라 어느 한편의 비중이 높아지지만 결국은 국내에서 발생된 것과 해외에서 유입된 것이 상호 작용하여 건강 피해가 발생한다.

자동차가 내뿜는 입자상 물질인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작아 인체 내 침투가 용이하고, 폐나 기도 등의 인체 장기에서 흡수되기 쉽다. 그리고 크기가 작은 만큼 호흡기에서 입자 제거 속도가 느려 건강에 각종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기관지나 폐에 쌓인 미세먼지는 코나 기도점막에 자극을 줘 비염, 중이염, 후두염증, 기관지염, 천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또 미세먼지의 독성물질이 모세혈관에 유입돼 혈액의 점도가 증가하면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혈관에 영향을 주게 된다. 2013년 WHO는 대기오염 자체를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국내외 많은 역학적 연구들이 초미세먼지가 인체 피해를 유발함을 입증하고 있다. 1993년 하버드대가 미국 6개 도시 거주자 8000여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당 10㎍의 초미세먼지 증가 시 총사망률이 14% 증가했고, 심혈관 호흡기계 사망률은 19% 증가했다. 미국암학회(ACS) 연구에서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10㎍ 증가함에 따라 총사망률은 7% 늘고 심혈관 호흡기계 사망률은 12%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미세먼지는 심박변이도(HRV)를 줄여 심장발작 같은 심혈관 질환 및 허혈성 심질환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연구도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직접 비점막을 통해 뇌로 침투해 뇌경색 발병 위험을 높이며, 뇌의 퇴행성 변화를 가져와 노인성 치매 위험성을 높인다. 선천성 심장기형 등 국내 선천성 기형 발생도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러한 선천성 기형의 증가와 대기오염은 일부 그 관련성이 보고되고 있다. 도로 주변에 임신부가 거주하는 경우 도로변 대기오염이 자폐증, 주의력 결핍 과잉 장애 등 태아와 어린이 성장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걸 여러 연구가 확인시켜주고 있다.

국민 건강을 고려할 때 초미세먼지는 절대 이대로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를 생각하면 향후 고령사회에서 초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 대기오염에 가장 취약한 국가가 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이제는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서울시가 초미세먼지 저감 대책 추진에 적극적인데 경기도와 인천시도 해결책 찾기에 동참해야 한다. 환경부 역시 적극 뒷받침해 실질적인 대기오염 저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초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서울시는 세계적인 명품 도시가 될 수 없고, 정부도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초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환경 불평등 문제로 어린이, 노인, 저소득층에 피해가 집중되는 초미세먼지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