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용인문화재단] 독창적 브랜드 꽃 피운 용인 문화예술의 허브

입력 2018-04-03 20:19 수정 2018-04-03 21:23
용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용인국제어린이도서관이 지난달 31일 처인구 삼가동 용인시민체육공원 내에 문을 열었다. 어린이도서와 해외원서를 갖춘 책 놀이터는 물론 여러 가지 예술체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터로 구성돼 있다. 용인문화재단 제공
출범 6년 만에 조직 규모가 크게 확대된 용인문화재단 전경. 용인문화재단 제공
용인버스킨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며 시민들이 환호하는 모습. 용인문화재단 제공
경기도 용인시는 전체가 문화광장이다. 거리는 무대가 되고, 곳곳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축제는 시민이 하나 되게 하는 촉매제다. 그 중심에는 (재)용인문화재단이 있다.

2012년 3월 9명으로 출범한 용인문화재단(이하 재단)은 2018년 4월 현재 87명으로 조직이 확대됐다. 출범한 지 6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기간 동안 가장 용인다운 문화예술의 싹을 키웠고, 지역문화의 기틀을 탄탄히 다져 시민과 공감을 이루면서 급속히 성장했다. 재단은 이제 용인시만의 독창적인 문화브랜드를 꽃피우며 용인시 문화예술의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시민 속으로 들어온 문화예술

재단은 시민의 일상 공간에 문화예술의 향기를 불어넣기 위해 설립 첫해 9월부터 거리예술 공연 사업을 시작했다. 프로팀부터 지역 기반의 아마추어팀까지 성격과 연령의 폭이 다양한 거리아티스트를 발굴해 거리 공연을 지원하는 ‘용인버스킨’이 그것이다. ‘버스킨’은 거리 공연을 의미하는 ‘버스크(busk)’와 시민을 의미하는 ‘인(人)’의 합성어다.

재단은 시민과 예술이 공존하는 문화도시 용인의 이미지를 확립하기 위해 용인시만의 거리예술 공연에 용인버스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클래식과 타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용인버스킨 아티스트들은 용인시 곳곳에서 열리는 축제와 행사장에서 다채롭고 독창적인 공연으로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의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김혁수 재단 대표이사는 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용인버스킨 공연의 두 축은 ‘거점 공간 정규 공연’과 ‘찾아가는 공연’”이라며 “재단은 거리예술 공연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찾아가는 문화예술’ 서비스에 중점을 둬 왔고 이를 확대하기 위해 문화 사각지대 시민들에게 예술 공연을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는 ‘찾아가는 공연’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용인버스킨은 앞으로도 용인 곳곳에서 시민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문화예술 공연을 펼칠 예정”이라며 “모든 시민이 일상적으로 문화예술을 향유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과 함께, 시민의 힘으로

재단은 다양한 형식을 통해 재단이 지원하는 공연과 각종 사업에 시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시민이 재단의 기획 공연 및 전시 등을 관람하고 평가하는 시민평가단 ‘감나무’와 재단이 지원하는 사업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는 ‘시민 모니터링단’, 청덕도서관 자원봉사자들의 모임인 ‘청설모’, 대학생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홍보력이 돋보이는 ‘대학생 서포터즈’ 등은 대표적인 시민 참여 모임이다.

‘감성이 충만하고, 나눔을 실천하고, 무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의미의 감나무는 2012년 9월부터 운영되고 있다. 재단의 기획 공연과 전시를 관람한 후 작품과 단체에 대한 평가서를 제출하며, 평가 내용은 재단의 향후 사업에 반영된다. 재단은 감나무의 평가 능력 향상을 위해 문화예술 감상 및 비평 관련 특강을 마련하고, 토론회 등 회원 간 정보 공유 및 소통 행사도 실행하고 있다. 단순히 공연 및 전시 관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의 의견이 재단 사업에 반영됨으로써 사업 추진 방향 및 기획 단계부터 시민의 의견이 자연스레 흡수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시민 모니터링단은 재단이 지원하는 문화예술 활동 공모사업의 운영과 홍보를 주목적으로 2013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우리동네 예술프로젝트’ ‘시민 예술 활동 지원 사업’ ‘전문 예술 활동 지원 사업’ ‘문화 공간 나눔 지원 사업’ 등을 관람하고 사업 목적 적합도, 프로그램 진행, 장소 선정, 관람 시민 반응 등을 모니터링한다.

청설모는 2016년 5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청덕도서관을 지역 주민과 함께 만드는 교류의 장으로, 시민 주도형 문화공간으로 활성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생 서포터즈는 2013년 1기를 시작으로 2017년 8기까지 운영되고 있는,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대외활동 프로그램이다. 개인별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단 사업을 홍보하는 홍보 사절단이다. 서포터즈 학생들의 동영상, 포스터 등은 재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1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재능 기부

재단은 문화를 매개로 한 시민들의 재능 기부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당신의 앞마당까지 달려갑니다’에서 재능기부단으로 활동 중인 ‘아트러너’와 찾아가는 문화시설 도우미 ‘테크니컬러너’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2016년부터 시작한 예술교육 ‘당신의 앞마당까지 달려갑니다’ 프로그램에 시민을 위한 예술교육 재능기부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아트러너’의 대다수는 용인시민이다. 전문 예술강사와 전문 예술가도 있지만 대부분이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예술교육에 관심 있는 아마추어 시민들이다. 아트러너의 활동 분야는 주로 ‘미술체험’과 ‘통합감상’ 2개 분야다. 또 교육 경력 5년 이상의 전문 예술강사나 예술가들은 ‘예술가의 선물’이라는 개별 프로그램을 통해 특별한 재능을 함께 나누고 있다.

재단의 무대기술팀 직원으로 구성된 테크니컬러너는 2016년 9월 ‘찾아가는 문화시설 도우미’로 활동을 시작했다. 테크니컬러너는 시민이 안전하고 최적화된 성능으로 문화시설을 누릴 수 있도록 용인 지역 31개 주민자치센터의 회의실과 강당에 설치된 음향시스템을 점검한다.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이들의 노력으로 음향시설 성능 개선 및 합리적인 교체 계획 수립을 통한 예산 절감 효과를 얻는다고 이구동성으로 칭찬하고 있다. 테크니컬러너는 요청이 있는 학교 등도 방문해 교내 강당과 공연장 등에서 음향·조명·무대 등 시스템을 점검하고, 전공학생들을 대상으로 관련 기술교육도 진행한다.

재단은 또 시민을 대상으로 교육 수기를 공모해 우수작을 시상하기도 한다. 문화예술 시설이 없는 외곽 지역에 거주하고 있지만 직접 찾아오는 아트러너 덕분에 문화예술 체험을 접하고 새로운 취미를 얻게 되었다는 사연, 가족과 함께 집 앞마당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어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는 사연 등은 아트러너 사업과 찾아가는 예술체험에 대한 시민의 만족도가 매우 높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재단 관계자는 “재단은 해마다 사업 종료 시점에 맞춰 ‘우수 아트러너 시상’이나 ‘우수 교육수기 시상’ 등을 진행한다”며 “재능 기부 시민들에게는 ‘달려가는 신사임당 상’이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상’ 등 이색적인 상도 수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재단은 시민이 주체적으로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재단이 추진하는 모든 사업의 주체는 궁극적으로 시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재단 출범 초기에는 재단의 안정화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시민 중심의 감동 경영, 예술 경영을 통해 용인시의 문화브랜드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용인=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