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공연 중 노래와 가사 계속 물어

입력 2018-04-02 00:24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붉은색 원)이 1일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이 열린 동평양대극장 2층 귀빈석에서 방북단장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부인 이설주는 이날 공연 시작과 동시에 극장 2층 귀빈석에 깜짝 등장했다. 사진 맨 왼쪽은 김 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평양공연사진공동취재단

당초 3일 관람 예상 뒤엎어… ‘신중’ 김정일과 180도 달라
金, 공연장에 도착했을 때 도종환 장관 등 4명이 맞아


남측 예술단의 역사적인 평양 공연이 열린 1일 동평양대극장 2층 귀빈석에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이설주가 깜짝 등장했다. 당초 3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리는 남북 합동공연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예상됐지만, 공연 첫날 전격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 측 공연이 시작된 오후 6시50분쯤 갑자기 대극장의 북측 관람객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북한 아나운서가 극장 2층 귀빈석을 가리키며 김 위원장 부부 입장 소식을 알렸다.

김 위원장은 우리 예술단의 공연 중에 박수를 계속 치는 등 높은 관심도 보였다. 공연 후에는 우리 측 출연진과 직접 일일이 악수하고 격려의 말도 했다. 이어 우리 출연진과 기념촬영도 함께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예술단의 노래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김 위원장 바로 옆에 앉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공연 후 “김 위원장이 공연 중 노래와 가사에 대해 물어보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공연장 방문은 공연 직전에야 우리 측 일부 인사들에게만 공지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공연장 현관에 도착했을 때 방북단장인 도 장관과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윤상 음악감독 4명이 김 위원장을 맞았다. 김 위원장은 우리 측 4명과 모두 악수하고 말을 나눈 뒤 2층으로 입장했다.

북측은 애초 오후 5시30분이던 공연 시작 시간을 2시간 늦춰 7시30분으로 바꿔 달라고 했다가 다시 6시30분으로 변경해 달라고 우리 측에 요구했다. 북측이 설명한 공연시간 변경 이유는 “보다 많은 사람이 입장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 달라”는 것이었다. 잦은 시간 변경 요구가 이어지자 일각에선 김 위원장 부부의 공연 관람 가능성이 조심스레 나오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2월 초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공연 때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공연 관람이 예상되긴 했지만 첫날 공연을 관람한 것은 예상 밖이었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예상을 뒤엎는 과감한 김 위원장의 스타일은 이날도 재연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방북했을 때 첫날 장시간 면담에 이어 만찬까지 주재했다.

도 장관은 앞서 평양 고려호텔에서 우리 취재진과 만나 남북 문화·체육 교류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 언어학자들이 25차례나 만나면서 추진해온 겨레말큰사전 편찬 작업이 2015년 중단됐는데, 재개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올해 고려 건국 1100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최하는 ‘대고려전’에 개성 만월대 유물과 유적을 보내줄 것을 북측에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오는 8월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남북이 함께할 수 있는 방안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북단을 태운 전세기는 31일 오전 김포공항을 떠나 서해 직항로를 따라 이동한 뒤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