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계열사株 3% 보유 가능 시가 아닌 매입원가 기준 논란
김원장 “삼성 특혜” 비판한 적도 금융위와 제도 개선 나설 수도
은산분리 완화 부정적… 대부업체 감독 고삐 죌 듯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 때 보여준 행보는 ‘재벌 저격’ ‘서민금융 강화’로 요약된다. 국회의원 시절 밝혔던 정책 소신이 문재인정부에서 탄력을 받을지 주목을 끌고 있다.
2일 취임하는 김 원장은 주말 내내 서울 종로구 금감원연수원에서 현안 보고를 받았다. 자신이 갖고 있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현업 부서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행에 머무르지 말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1일 “앞으로 많이 바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재벌그룹 계열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금융권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특히 김 원장은 의원 시절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관련 사안 중 가장 파괴력이 큰 것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23%(약 26조원)다. 이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하는 보험업법을 개정해야 하는지가 쟁점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경우 계열사 주식을 회사 총자산의 3%만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6조원 이하로만 보유할 수 있다. 다만 감독규정은 주식 가격을 시장가격(공정가액)이 아닌 매입가격(취득원가) 기준으로 평가한다. 만약 시장가격으로 계산하면 삼성생명은 20조원 이상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 주식이 취득원가(약 5만원)에 비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 원장은 2015년 4월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보험업법을 두고 “기형적인 법률” “오로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위해 예외를 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었다. 현재 취득원가를 평가 기준으로 하는 건 보험업뿐이다.
19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보험업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형평에 맞지 않는 점이 분명 있다. 법 개정에 부정적이지 않고, 국회와 함께 논의하겠다”고 말했었다. 이에 따라 김 원장이 금융위원회, 국회와 보험업법 개정을 적극 논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 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에도 부정적이다. 특히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 완화’를 강력 반대했다. 김 원장은 의원 임기를 마친 뒤 발간한 ‘20대 국회를 위한 제언’이라는 보고서에서 “인터넷은행 개념이 모호하다. 전자금융 거래는 이미 금융권에 보편화돼 있어 인터넷은행만의 특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인터넷은행과 기존 은행의 차이점을 구별하기 어렵게 되면 결국 다른 은행의 은산분리 규제도 완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업체 감독은 한층 강력해질 수 있다. 김 원장은 대부업체의 광고 영업에 비판적이다. 대부업체의 TV·인터넷·IPTV(인터넷TV) 광고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금융위도 대부업체의 광고를 탐탁잖게 본다. 김 원장은 대부업체 금리 인하 등 서민금융 정책을 적극 주장해 왔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대부업체의 최고금리는 연 24%까지 내려갔다. 김 원장은 최고금리를 단계적으로 연 20% 아래로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금융감독기구 개편’은 뜨거운 감자다. 김 원장의 기본 입장은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감독 기능의 분리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옮기고, 감독 기능은 금감원에 일임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김 원장의 철학도 여기에 일치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금감원을 감독기구와 소비자보호기구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금감원 수장에 오른 김 원장의 입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금융권은 김 원장이 은행들의 가산금리나 수수료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도 눈여겨보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비난은 꾸준히 나왔다. 김 원장은 과거 언론 기고문에서 “예대마진과 수수료에 의존한 한국의 금융산업을 재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김 원장은 금융회사 콜센터 등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안의 국회 통과에 노력을 기울였었다. 금융회사들이 법안이 통과된 후 감정노동자의 상담·치료 등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세밀히 살펴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Wide&deep]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20조… 김기식의 ‘타깃 0순위’ 되나
입력 2018-04-0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