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노조의 해외 매각 동의로 정상화의 첫걸음을 뗐다. 2009년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 약 10년 만에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를 새 주인으로 맞으며 법정관리는 가까스로 피했지만 경쟁력 확보, 독립경영, 기술 유출 방지 대책 등 앞으로 갈 길은 여전히 멀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은 1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 결과 60.6%가 전날 노사가 잠정적으로 마련한 ‘경영정상화 관련 노사특별합의서’ 등에 찬성(투표율 91.8%)했다고 밝혔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에 6463억원을 제3자 유상증자 형태로 투자하고, 금호타이어 노조는 2017∼2019년 임금 동결과 상여금 일부 반납 등 자구계획을 수용한 내용이다. 또 노조, 단체협약, 고용을 보장하고 국내 공장의 발전을 위한 설비투자 약속도 포함됐다.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2일 금호타이어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이어 중국 더블스타와 정식 매각계약을 맺는다. 이달 중순쯤 외자투자에 대한 합의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 상표권을 놓고 협상도 진행할 계획이다. 상표권 협상이 끝나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방산부문 매각 승인도 받는다. 이후 더블스타는 오는 6월까지 유상증자 형태로 금호타이어 지분의 45%를 인수한다. 이렇게 되면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1대 주주가 되고, 채권단 지분율은 현재 42.0%에서 23.1%로 줄어 2대 주주로 남는다.
또 산업은행은 이번 주 중으로 생산성 향상에 필요한 시설개선 자금 2000억원을 대출 방식으로 금호타이어에 수혈할 방침이다. 이 자금은 금호타이어의 중국 공장 정상화, 국내 공장 투자에 활용된다. 해외 매각으로 일단 금호타이어는 급박했던 자금난에 숨통이 트인 셈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우선 추락한 금호타이어 자체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외 경쟁사들은 10%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실현하고 있지만 금호타이어는 생산 관리 비효율과 원가 경쟁력 약화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또 글로벌 타이어 시장은 최근 10년간 연 3%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금호타이어의 시장점유율은 2011년 이후 계속 하락, 지난해 기준 2.6%에 불과하다. 2011년 이후 주요 거래처인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한 공급 비중도 하락세다.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이 약속한 ‘볼보식 독립 경영’이 지켜질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더블스타는 중국 지리자동차가 스웨덴 볼보자동차를 인수한 뒤 해외법인 독립성을 보장한 것처럼 독립 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법정관리도 갈 수 있다’는 벼랑 끝 전술로 더블스타의 고용 보장, 독립 경영 등의 구두 약속은 받아냈지만 향후 이런 약속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 후 기술력을 키운 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국내 공장을 폐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임성수 기자, 홍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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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정상화 첫걸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입력 2018-04-02 05:00 수정 2018-04-02 1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