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부활의 기쁨, 온누리에 가득히

입력 2018-04-02 00:00
연합찬양대가 1일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헨델의 메시아 ‘할렐루야’를 찬양하고 있다.강민석 선임기자
인천 사랑마을교회 소속 100여명의 필리핀 노동자들도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해 예수 부활의 기쁨을 누렸다.강민석 선임기자
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개최된 ‘2018년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는 개회 30분 전부터 만석이었다. 1만5000여명의 성도들은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말씀과 찬양, 기도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높였다.

최기학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의 사회로 시작된 부활절 연합예배는 133년 전 조선 땅에 처음으로 복음을 전한 호레이스 언더우드 선교사의 동상이 내려다보이는 상징적 공간에서 드려졌다. 2015년 4월 이곳에서 부활절 예배를 드린 지 3년만이다.

설교자인 장종현 백석대 총장은 누가복음 24장의 엠마오로 가는 무기력한 제자의 모습에서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장 총장은 “본문에 나오는 제자의 모습은 예수를 머리로만 알고 고상한 종교생활, 사변화된 신학, 인간의 지식으로 하나님을 가두려했던 우리의 냉랭한 모습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활절을 맞은 우리는 오직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고 그 능력에 의지하며 성령의 뜨거운 역사를 체험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해냈다.

이영훈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 대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기독교는 부활의 종교이며, 부활을 목격한 증인들에 의해 탄생했다”면서 “따라서 부활을 믿는 사람들은 세상의 어떤 고난과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다시 사는 놀라운 연합을 누리자”고 독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종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남북번영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부활의 믿음이 있기에 한국교회는 고난 속에서도 사랑과 정의의 좁은 길을 택하고 생명의 길로 나아갈 수 있었다”면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나라의 독립과 경제성장, 민주주의 발전에 큰 힘이 돼주신 여러분께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우리는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계기를 맞고 있는데,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남북 공동 번영의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면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늘 기도하는 한국교회가 이 역사적 과업에 뜨거운 기도와 성원으로 함께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기온은 영상 18도로 구름이 낀데다 미세먼지 농도도 ‘보통’이어서 예배드리기에 최적의 날씨였다. 정현철(44)씨는 아내 백한나(40)씨, 두 딸 예서(12) 민서(8)양과 함께 일찌감치 노천극장 중앙에 앉았다. 정씨는 “오늘 예배를 통해 자녀들에게 신앙의 좋은 추억이 쌓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젊은이들도 부활의 기쁨을 나눴다. 최은빈(24·여)씨와 진샛별(24·여)씨는 “서울 영안교회 청년부에서 단체로 왔다”면서 “한자리에서 여러 교회 교인들과 부활의 기쁨을 나누니 큰 은혜가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예배에는 인천 사랑마을교회 소속 100여명의 필리핀 노동자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 교회 리자 사몬테 전도사는 “많은 한국 성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예수 그리스도 부활의 값진 의미를 생각했다”면서 “외국에서 온 손님이라도 따뜻하게 환대해 주신 사랑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신상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의 기도 인도에 따라 두 손을 들고 대한민국의 안정과 통일, 소외계층, 한국교회 회개와 성숙을 위해 기도했다. ‘한국교회 부활절 선언문’을 발표하고 “정부의 세속문화 장려와 이슬람 우대정책, 인권보호를 명분으로 한 동성애 용인 등을 우려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예배는 전계헌 예장합동 총회장의 축도로 마쳤다.

연합예배에는 전명구(한국교회총연합) 엄기호(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동석(한국기독교연합) 대표회장,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와 70개 주요 교단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날 드려진 헌금은 전액 한부모 가족, 다문화 가정, 소외 이웃을 위해 사용된다. 성도들은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자발적으로 주우며 성숙한 기독교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 NCCK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은 ‘2018년 부활절 남북공동 기도문’을 발표하고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모든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한 생명으로 부활하도록 기도하자”고 했다.

백상현 장창일 기자 100s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