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남·북·미·중 평화협정 체결” 트럼프에 제안

입력 2018-04-02 05:00

트럼프는 명확한 답 안해 북한 비핵화 전제된다면 북·미 정상회담 의제 가능성
주한미군 철수 연계 우려 현재까지 美 입장은 부정적
한국,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 남북 정상회담 의제로 추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할 때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개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의 제안은 유엔군과 북한, 중국이 1953년 체결한 한국전쟁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는 27일 남북 및 5월 북·미 정상회담 때 의제로 거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평화협정은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어서 ‘비핵화-평화협정’이 패키지로 묶여야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은 1일 워싱턴발로 시 주석의 평화협정 제안 소식을 보도하면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중국 측에 북한에 대한 압력 유지를 우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통화가 이뤄진 지난 9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정상회담 제안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힌 이튿날이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이후 지난 25∼28일 방중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도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했을지 주목된다.

4국 간 평화협정은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공동으로 발표한 10·4 정상선언에도 ‘종전선언’이라는 표현으로 언급돼 있다. 당시 선언에는 ‘현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정부는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정착 문제를 의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마친 뒤 가진 브리핑에서 “남북은 정상회담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남북 관계 발전에 갖는 역사적 의미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발표문에 구체적인 회담 의제는 공개되지 않았다.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해 현재까지 미국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평화협정 논의가 곧바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평화협정 논의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1996∼99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남·북·미·중 ‘4자회담’에서도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등을 고집하면서 평화협정 논의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와 관련,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지난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미 과거에 합의된 내용에 따라 중유를 받고도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지 않았다”며 “미국은 북한과 평화조약을 체결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불신과 함께 평화조약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