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무분별한 관중 추태… 프로야구 멍든다

입력 2018-04-01 19:30 수정 2018-04-01 20:16
이대호가 지난 31일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를 마친 후 이동 중 한 팬이 던진 오물(원 안)에 맞는 모습. 유튜브 캡처

지난달 24일 개막 이후 대장정에 본격 시동을 건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가 팬의 추태에 시즌 초부터 멍들고 있다. 응원하는 구단의 성적이 부진하다고 선수에게 오물을 던진 것은 용인될 수 없는 처사다.

롯데 자이언츠의 4번 타자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대호는 지난 31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를 마치고 안방 사직구장을 나섰다. 출입구를 나서 경기장을 떠나던 이대호의 등 뒤로 오물이 날아들었다. 이날 롯데는 시즌 첫 만원 관중 앞에서도 NC에 5대 10으로 패해 개막 후 7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이어지는 성적 부진을 항의하는 의미로 한 팬이 치킨박스를 던진 것이다. 갑작스럽게 봉변을 당한 이대호는 뒤를 돌아봤지만 참고 조용히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지난해 정규시즌 3위에 올랐던 롯데는 올 시즌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안방마님 강민호가 떠났지만 외야수 민병헌을 영입하고, 내부 FA였던 손아섭을 잡는 등 투타 전력이 한층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팬들의 기대가 컸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타선은 무기력했고, 투수들도 상대 타선에 연신 무너졌다.

하지만 선수에게 위해를 가하는 오물 투척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수밖에 없다. 치킨박스가 아닌 직접적인 상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을 던졌다면 이대호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생겼을 터였다.

야구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오물을 던진 추태를 비판하고 있다. 성적이 아쉽더라도 선수에 대한 물리적 공격은 프로야구를 멍들게 한다는 것이다. 1980∼90년대 격앙된 관중이 보여준 선수단 버스방화나 경기장 난입 등은 과거가 됐지만 일부 팬들의 의식은 그때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이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