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3명이 아프리카 가나 해역에서 해적으로 추정되는 세력에게 납치됐다. 정부는 오만 앞바다에서 작전 중이던 청해부대의 문무대왕함을 사고 해역으로 급파했다.
1일 외교부에 따르면 참치잡이 어선 마린 711호(500t급)가 지난달 26일 오후 5시30분(현지시간) 가나 수도 아크라 인근 해역에서 나이지리아 해적으로 추정되는 세력에게 납치됐다. 마린 711호는 가나에 기반을 둔 월드마린컴퍼니 소속 어선으로, 가나 해역에서 조업 중이었다. 배에는 선장·항해사·기관사 등 한국인 3명과 가나 국적 선원 40여명이 타고 있었다. 한국인 3명은 40대 2명, 50대 1명으로 모두 남성이다.
해적 9명은 마린 711호를 납치한 뒤 나이지리아 해군 항공기의 추적을 받자 나이지리아와 베냉의 경계 해역에서 한국인 3명과 외국인 2명을 자신들의 스피드보트에 태웠다. 스피드보트로 갈아탄 뒤에는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 상태다. 해적들은 마린 711호에서 탈취한 금품과 노트북 컴퓨터 등을 함께 보트에 싣고 달아났다. 마린 711호는 지난달 28일 가나 테마항에 도착했고, 한국인 3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은 모두 풀려났다. 한국인 3명은 현재 나이지리아 남부 바엘사주(州)에 억류돼 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가나 군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달 27일 피랍 사실 확인 직후 출입기자단에 ‘신변 안전’ 등을 이유로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보도유예(엠바고)를 요청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31일 저녁 납치된 3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는데도 돌연 엠바고를 해제한 뒤 외교적 노력 중이라는 요지의 자료를 배포했다. 곧이어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돌아온 직후 문무대왕함을 피랍 해역으로 급파할 것을 지시했다고 공지했다.
이 때문에 외교부가 청와대 발표에 맞춰 부랴부랴 엠바고를 해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오만 해역에 머물던 문무대왕함은 오는 16일은 돼야 사건 해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가나 현지에서 관련 보도가 나와 엠바고를 해제했고, 피랍자 가족들과도 협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나이지리아 군·경과 (사태 수습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해적들의 요구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 피랍 선원들의 인력송출 회사인 부산마리나교역 측도 이날까지 해적들로부터 협상과 관련한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해적들이) 참치나 유류를 노린 걸로 예상하지만 (몸값 요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환 권지혜 기자 foryou@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
가나 해역서 한국인 피랍… “해적, 참치나 기름 노린 듯”
입력 2018-04-01 19:20 수정 2018-04-01 2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