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파워… 다시 법정 불려나오는 빌 코즈비

입력 2018-04-02 05:00
미국 코미디언 빌 코즈비(오른쪽)가 성폭행 혐의 재심을 앞두고 지난 30일(현지시간) 펜실베니아주 몽고메리카운티 법원에 심리를 받기 위해 출두해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AP뉴시스

그사이 세상은 과연 바뀌었을까. 지난해 심리 무효가 선언됐던 미국의 코미디언 빌 코즈비(80)의 성폭행 사건 재판이 약 10개월 만에 다시 열린다. 현지 언론은 미투(#MeToo) 운동으로 달라진 여론이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CNN방송은 코즈비가 2004년 저지른 성폭행 등 3개 혐의로 오는 9일(현지시간) 재심을 받을 예정이라고 31일 보도했다.

피해자 앤드리아 콘스탄드(44)에 따르면 코즈비는 콘스탄드가 필라델피아주 템플대 농구부 작전감독이던 2004년 1월 자택에서 와인과 함께 심신을 가눌 수 없도록 하는 알약을 먹인 뒤 성폭행했다. 2005년 최초로 소송이 제기됐지만 코즈비가 콘스탄드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주고 비밀유지 계약을 맺어 무마했다.

사건은 당시 재판에서 증언하기로 했던 여성들이 2014년부터 연달아 언론에 폭로하고 피해자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재조명됐다. 콘스탄드는 코즈비가 언론 보도 과정에서 비밀유지 계약을 어겼다고 선언했다. 2015년 12월 마침내 재판이 다시 시작됐으나 배심원단의 견해 불일치로 유무죄를 가리지 못한 채 지난해 6월 17일 끝났다. 사실상 코즈비의 승리였다.

이번에는 코즈비의 패색이 짙다. 앞선 재판에 나오지 않았던 5명의 여성이 콘스탄드가 당한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할 예정이다. 이 중에는 피해사실을 언론에 폭로한 유명 모델이자 리얼리티쇼 스타 재니스 디킨슨(63)도 포함됐다. 지난 재판에서 증인은 1명만 허용됐다.

무엇보다 달라진 건 미투 운동으로 바뀐 여론이다. 성폭력 사건 전문인 샨우 전 연방검사는 CNN에 “코즈비가 지난 재판보다 불리해진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새 증인 5명의 등장은 물론 사회 분위기도 코즈비에게는 훨씬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코즈비는 유죄를 받을 경우 각 혐의당 최대 징역 10년형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코즈비에게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여성은 60여명이다. 하지만 콘스탄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여성이 증거불충분이나 공소시효 초과로 재판 대상이 되지 못했다.

조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