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수 이적을 부끄럽게 만드는… ‘뮤지션의 뮤지션’ 정영원

입력 2018-04-02 05:00
3년 만에 신보를 발표한 뮤지션 정원영. 호원대 실용음악과 교수인 그는 “출중한 실력을 지닌 학생들을 자주 본다”면서 “머지않은 시기에 한국의 뮤지션들이 세계 음악 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즈 제공

음원 사이트에 접속해 싱어송라이터 정원영(58)이 지난달 1일 출시한 앨범 ‘테이블 세터스(Table Setters)’를 검색하면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의 추천사를 만날 수 있다.

“형의 음악을 들으면 늘 부끄러워진다”(이적) “원영이 형은 어느 소리 하나 허투루 쓰지 않는다”(장기하) “그는 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음악을 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는 듯한 노래로 세상과 소통한다”(김광진)….

정원영이 이토록 대단한 평가를 받는 건 그의 음악세계가 세련되면서도 독보적인 색깔을 띠고 있어서다. 그의 이름 앞에는 종종 ‘뮤지션의 뮤지션’이라는 수식어가 붙곤 한다.

최근 서울 강동구 호원아트홀에서 정원영을 만났다. 그가 지난달 출시한 음반은 3년 만에 나온 신보였다. 정원영은 “정규 8집을 완성해야 하는데 너무 바빠서 음반 작업을 할 시간이 안 난다”며 “일단 완성된 곡만 모아서 내놓게 된 게 이번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신보엔 이르면 가을쯤 발표할 8집 음반에 수록할 노래 가운데 3곡이 실려 있다. 음반 제목을 야구에서 1·2번 타자를 일컫는 ‘테이블 세터스’로 명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수록곡 가운데 정원영의 ‘노래’가 담긴 음악은 1곡이고, 나머지 2곡은 연주곡이다.

정원영은 “8집에 수록할 음악은 이미 다 써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가장 먼저 들려드리고 싶은 음악을 추려 이번 앨범을 완성했다”면서 “5월에 신곡 5곡 정도가 담긴 미니음반을 낸 뒤 오는 10월쯤 8집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원영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79년 가수 이장희의 눈에 띄어 나이트클럽에서 연주를 시작하며 음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80년대 초반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서 건반 주자로 활동했고, 84년에는 미국 버클리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에서 돌아온 뒤에는 93년 발표한 1집 ‘가버린 날들’을 시작으로 꾸준히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이며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6년부터는 호원대 실용음악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두 가지예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좀 더 제대로 된 환경에서 음악을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둘째는 뮤지션으로서 품은 계획이에요. 굉장히 댄서블(danceable)한, 획기적인 음악을 만들어내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