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민원성’ 창구로 전락한 조세특례법

입력 2018-04-02 05:00

제도 종료 시점 됐는데도 유지·확대하는 경우 많아 감면액 올 20조 돌파 예상
전체 국세감면의 50.9% 조세지출 구조조정 필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이 정부와 국회의 ‘선심·민원성 창구’로 전락하고 있다. 공평과세와 조세정책의 효율성을 위해 한시 운영해야 하는데 걸핏하면 일몰(제도 종료)이 연장되고 있다. 올해 조특법에 따른 조세감면액은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정부의 ‘3·15 청년대책’을 비롯해 신설·확대될 일부 조항을 감안하면 감면액은 더 불어날 수밖에 없다.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조세평등 차원에서 ‘비과세·특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정부의 ‘2018년도 조세지출 예산서’에 따르면 올해 조특법에 따른 예상 조세감면액은 20조2541억원에 이른다. 전체 국세감면액에서 50.9%를 차지한다. ‘조특법 감면액’은 2016년 19조5283억원, 지난해 19조9509억원 등 매년 증가세다.

감면액이 계속 느는 건 도입 목표를 달성했거나 일몰 시점이 도래했는데도 유지·확대하는 사례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특법에서 6개 특례 조항이 폐지되는 사이 19개는 일몰 연장됐다. 연장된 특례 조항 중 13개는 되레 감면 범위를 확대했다. 조세감면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정부 안팎의 비판에 역행하는 것이다. 게다가 세수효과 추정이 곤란한 사업도 있어 ‘조특법 감면액’이 얼마나 될지 예측하기도 힘들다.

올해라고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올해 신설된 특례 조항만 12개에 이른다. 3·15 청년대책에 포함된 청년지원세제도 추가될 예정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만 15∼34세)의 소득세를 5년간 전액 면제하는 세제혜택, 청년창업세부담 제로 플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에 따른 세수 감소는 약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 국회에서 우후죽순으로 발의하는 ‘일몰 연장안’은 조특법을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발의된 조특법 개정안이 24건에 달한다. 대부분 일몰 시한이 다가오는 특례 조항을 연장하는 법안이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창업중소기업과 창업벤처기업에 대한 소득·법인세 세액감면제도를 2021년까지 연장하는 개정안을 냈다.

취지는 좋지만, 정책 목표를 달성했다면 특례 조항을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정부도 조세감면 항목을 ‘구조적 지출’ ‘잠재적 관리대상’ ‘적극적 관리대상’으로 나눠 관리한다. 2016년 기준으로 적극적 관리대상은 183개(감면액 17조5000억원)다. 하지만 실적은 미미하다. 2015년에 17개 조항이 사라진 데 비해 2016년(4개)과 지난해(6개)에는 폐지 건수가 크게 줄었다.

정부 관계자는 “세제 혜택은 없앨 때 엄청난 저항에 부딪히게 돼 있다”며 “신중하게 도입하고 냉정하게 끊어야 하는데, 국회도 정부도 ‘악역’을 피하기만 하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