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 하락하는데 전세금 대출 급증… 50조 육박, 왜?

입력 2018-04-02 05:00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50조원에 육박했다. 전세가격이 여전히 높은 데다 은행들이 앞다퉈 전세자금 대출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일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5개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잔액은 49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2조1150억원(4.51%) 증가했다. 지난해 3월보다 13조6249억원(38.51%) 늘었다. 2016년 1월(24조2178억원)과 비교하면 2년 못 넘는 기간에 배가 넘게 뛴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달 중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전세자금 대출의 고공비행은 최근 전세가격 움직임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다. 지난해 12월 전국 전세가격은 약 9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에는 서울의 전세가격도 꺾였다.

그런데도 전세자금 대출 규모가 불어난 것은 전세가격 자체가 아직도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에서 내놓는 주택시장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26일 기준으로 서울의 전세가격지수는 105.7을 기록했다. 기준점(2015년 12월)과 비교했을 때 5.7% 높다.

여기에다 시중은행들이 고객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한몫한다. 지난주부터 시행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산정에서 전세자금 대출은 원금을 제외한 이자만 반영된다. 이 때문에 전세자금 대출이 은행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 출시한 비대면 상품 ‘NH모바일전세대출’의 우대금리를 0.3% 포인트 올린 1% 포인트로 확대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에 비대면 상품 ‘i-ONE 직장인전세대출’을 출시했다. 전세계약서를 촬영해 전송만 하면 언제든지 대출 신청이 가능한 상품이다.

홍석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