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선 금호타이어 노조… 벼랑 끝서 회생 발판 마련

입력 2018-03-30 23:32 수정 2018-03-30 23:52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30일 금호타이어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정부·채권단·지방자치단체 및 금호타이어 노사 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광주시청 비즈니스룸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최 위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윤장현 광주시장, 조삼수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지회장 등이 참석했다. 뉴시스

“우리 힘으로 우리 미래 결정” 노조, 마지막까지 강경
“법정관리는 안 된다” 분위기 “고용보장 등 전제 찬성” 늘어
내일 찬반 투표로 판가름 반대땐 부도·법정관리 이어져


두 사람이 단상에 올랐다. 한 사람은 울부짖었고, 다른 한 사람은 어금니를 꽉 물었다 입을 열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금호타이어 직원 5000명과 가족의 생존권, 지역경제를 쥐고 있다”고 지목했던 두 사람, 조삼수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지회장과 정송강 곡성지회장이었다.

‘금호타이어 운명의 날’인 30일 두 사람은 “해외매각 찬반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해외매각에 반대하고, 산은이 제안한 찬반투표를 실시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그 결과 이어진 노조·사측·정부·채권단 4자 간담회 끝에 해외 자본 유치에 극적 합의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다음 달 1일 해외매각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채권단의 자율협약 마지막 날인 이날까지 금호타이어 노조가 해외매각에 찬성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는 불가피했다. 벼랑 끝으로 몰린 금호타이어 노조는 이날 오전 간부회의를 거쳐 해외자본 유치에 대한 조합원 찬반을 묻기로 했다. 총파업 집회에서 단상에 오른 조 대표지회장은 “더 이상 동지들을 불안하고 고통스럽게 하지 않겠다”며 “투표로 조합원 총의를 모으겠다”고 했다. 옆에 선 정 곡성지회장도 “(해외매각에) 동의할 수도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 힘으로 우리 미래를 결정한다는 걸 중요시 여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총파업엔 필수 방산인력을 제외한 3500여명이 참여했고, 집회는 20여분 만에 끝났다.

지도부가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데는 ‘법정관리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노조원 사이에 조성됐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조합원 A씨(46)는 “해외매각에 반대하던 조합원 사이에서도 ‘법정관리는 아니지 않냐’며 구두약속이 아닌 확실한 고용보장과 장기계획이 제시된다면 찬성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럼에도 지도부의 찬반투표 결정에 대한 노조원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 노조원은 집회가 끝나자마자 “사실상 해외매각에 찬성하겠다는 뜻으로 들었다”며 “투표를 할 거라면 다른 조건을 더 얻어냈어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노조원은 “회사가 망하는 걸 원치 않는 건 모두가 똑같을 것”이라며 “노조 집행부의 뜻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집회가 끝난 뒤 광주시청에서 5시간 넘게 진행된 4자 간담회에서 더블스타 자본유치에 합의했다. 조합원 투표 결과 찬성이 높게 나온다면 더블스타와의 협상도 본격 시작한다. 다만 변수는 해외자본 유치와 자구안 두 가지를 한 번에 표결한다는 점이다. 만에 하나 반대가 우세하다면 부도와 법정관리로 이어지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

4자 간담회에서 노조 측 요구에 부합하는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더블스타는 3년 고용보장 약속과 6463억원을 투자해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인수한다고 산업은행과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는 최대 10년의 경영 계획을 요구하며 반발해왔다.

광주=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