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매각? 법정관리? 기로에 선 금호타이어

입력 2018-03-31 05:00

정부·회사, 中에 매각 호소… 노조는 ‘먹튀’ 가능성 우려
법정관리 땐 공중분해될 수도… 회생 밟아도 구조조정 불가피

법정관리와 해외매각이라는 두 갈래 길에 놓인 금호타이어의 운명이 주말 결정된다. 노조가 조합원 투표에서 해외매각에 찬성하면 중국 업체 더블스타에서 약 6500억원을 수혈받고 경영권을 넘겨주게 된다. 반대할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이어 청산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금호타이어 사측은 이날 오전까지 노조가 해외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법정 관리를 준비했다. 한용성 금호타이어 사장은 주주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법정관리 신청 서류를 모두 준비했다”며 “다음 달 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공동관리(자율협약) 종료일인 30일 자정을 법정관리 데드라인으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오후 노조가 조합원 투표 결정을 내리면서 해외매각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다.

정부와 금호타이어 사측은 중국 업체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유일한 생존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노조가 투표에서 해외매각을 받아들이면 더블스타는 유상증자에 6463억원을 투입하고 경영권을 확보하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신규대출 최대 2000억원을 승인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에서 “(더블스타가) 국내 공장을 고부가가치 생산기지로 육성할 예정이며 기술과 자본을 빼낸 뒤 철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일반직 대표단도 이날 노조에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도록 더블스타 중국자본 유치와 노사자구안에 동의해 달라”고 호소했다.

조합원들이 해외매각을 선택하지 않으면 법정관리 절차가 시작된다. 노조는 전날까지 더블스타로 매각될 경우 기술력 탈취와 자본 철수 등이 우려된다며 법정관리가 낫다는 입장이었다.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금호타이어는 회생보다 청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회계법인 실사 결과 청산가치는 1조원인 반면 계속기업가치는 4600억원에 그쳤다. 법원이 예상과 달리 회생 절차를 선택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강도 높은 정리해고와 임금 삭감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금호타이어는 국내외 영업망 붕괴, 원재료 공급 중단, 브랜드 가치 하락 등으로 정상적 경영활동이 힘들어진다. 협력업체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채무 동결로 물품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사는 도산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협력사들이 줄도산하면 지역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