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北 비핵화, 일괄 타결도 리비아식 해법도 어렵다”

입력 2018-03-31 05:05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을 만나 양국의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양 위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했다. 뉴시스

文 대통령, 양제츠 中 위원 면담 北·中 정상회담 결과 청취
양제츠, 美 비핵화 구상 묻기도
文 대통령 미세먼지 해결 협조 中 단체관광 정상화 등도 요청


청와대가 북핵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일괄 타결이나 리비아식 비핵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일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는 방식(단칼에 해결하는 대담한 방식)이나 일괄 타결, 리비아식 해법 같은 얘기는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이라며 “북한에는 적용하기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가 25년간 지속돼 왔고, 미국 본토를 사거리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도 완료됐다고 주장하는 만큼 새로운 북핵 해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TV 플러그를 뽑으면 TV가 꺼지듯 일괄 타결을 선언하면 비핵화가 다 끝나느냐”고 반문한 뒤 “과거에는 비핵화 과정을 미세하게 잘라서 조금씩 밟아나갔다면 지금은 정상 간 직접 (비핵화) 선언으로 큰 뚜껑을 씌우고, 그 다음부터 실무적으로 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북, 북·미 정상들이 비핵화 합의를 선언하는 동시에 비핵화와 체제보장 조치들을 연계하는 절충형에 가깝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양제츠 중국 정치국 위원을 만나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청취하고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오후 3시30분부터 1시간30분간 이어진 면담에서 북·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두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양 위원은 특히 “한반도 상황이 이토록 진전된 것은 문 대통령의 노력 덕분이다. 이를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양 위원은 한·중 양국이 서로의 상황을 논의함과 동시에 문 대통령이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얘기를 듣기 원했다”며 “문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고, 양 위원은 이를 ‘시 주석에게 상세하게 보고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양 위원은 특히 문 대통령에게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을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관계는 악화일로여서 한국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를 청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양 위원에게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거론하면서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특히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한·중 환경협력센터를 조기 출범시키자고 제안했다. 양국은 환경부 장관을 중심으로 조만간 고위급 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또 중국인 단체관광 정상화, 롯데마트의 원활한 매각 및 롯데월드 프로젝트 재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 등 경제 사안에 대한 관심도 요구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