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해외매각 극적 합의

입력 2018-03-31 05:05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 조삼수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지회장(오른쪽부터)이 30일 저녁 광주시청 비즈니스룸에서 금호타이어의 중국 더블스타 자본유치 및 경영정상화 방안에 합의한 후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노사 긴급 간담회서 대반전 靑 압박에 노조 입장 급선회… 법정관리 문턱서 기사회생
“정치적 논리로 풀지 않겠다” 文 대통령 직접 나서 경고장… 단호한 메시지, 합의 이끌어


금호타이어 노사가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 방안에 합의했다. 청와대는 물론 정부 및 채권단의 전방위 압박이 금호타이어 노조의 마음을 돌려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게 만들었다. ‘노조에 휘둘린다’는 비판을 받았던 문재인정부 2년차 구조조정 정책들도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됐다. 향후 한국GM 조선업계 구조조정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30일 광주시청에서 노조·사측·정부·채권단 4자 간담회를 갖고 “중국 더블스타로부터의 자본유치 및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해 상호 합의했다”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간담회에는 금호타이어 노사 외에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윤장현 광주시장 등 9명이 참석했다. 중국 더블스타 자본유치를 수락하는 합의 외에 “조합 내부절차에 따라 결정하고 결과를 채권단에 제출하기로 함”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노조의 찬반투표 절차가 남아 있지만, 해외매각 지지 사내 여론이 높다는 점에서 통과가 유력하다.

막판 노조의 해외매각 찬성 합의를 도출한 건 사실상 청와대다. 문재인 대통령은 해외매각에 반대해 총파업에 돌입한 금호타이어 노조에게 “정치적인 논리로 해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와 금호타이어 주변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친노(親勞) 정부라는 점, 금호타이어가 호남 기업인 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량 실직사태를 용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정치적 해결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계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이례적인 경고성 발언은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정부는 절대로 정치적 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며 “정치적 개입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금호타이어와 지역 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30∼40%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금호타이어 공장이 있는 전남 광주·곡성과 경기도 평택의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대승적 차원에서 노조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 모두가 고통을 분담할 때”라고 말했다. 사실상 노조가 채권단의 의견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는 “중국 쪽 자본유치를 통해 새 출발할 수 있는 분위기와 가능성이 열려 있는데 노조가 다른 길을 걷지 않겠다고 하니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중국 자본이 유치되면 약간의 임금 손실과 재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법정관리로 인한 가혹한 구조조정과 일자리 손실에 비하면 훨씬 건전하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정부와 채권은행단도 일제히 노조를 압박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했다. 김 부총리는 “해외매각이 불발돼 법정관리로 가게 되면 일자리를 보장할 수 없고 지역경제도 최악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모든 이해 관계자가 고통을 분담해 달라”고 말했다.

노조를 향한 범정부의 압박전 양상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사태나 조선업 구구조정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GM의 경우 해외 법인의 철수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명백하고 조선업은 국가 핵심 산업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의 경우 해외인수라는 대안이 명확하기 때문에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집권 2년차를 맞아 노조 요구에만 휘둘리다가는 이니셔티브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노력으로 더블스타라는 해외 투자자 대안이 마련됐다”며 “노사 양측에서 조금씩 양보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과거 쌍용차 사태와 같은 중국 기업의 ‘먹튀’ 우려도 갖고 있었지만 더블스타의 투자 조건이 나쁘지 않았다. 더블스타는 3년간 고용보장과 함께 5년간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방적인 매각이 아니라 신규 자본이 유치되는 방식이고 그에 따라 산업은행 등 기존 채권자들의 지분이 여전히 살아있다”며 “과거에 먹튀 사례가 있었다면 이번엔 그런 방식이 없도록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준구 우성규 신준섭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