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 들고 오는 ‘저승사자’… 금융권 충격과 공포

입력 2018-03-31 05:00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된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참여연대 출신인 김 신임 금감원장은 19대 국회 당시 금감원을 소관하는 정무위원회 간사로 활동했었다. 뉴시스

장하성·김상조와 참여연대 한솥밥 文 대통령이 자문할 정도로 신뢰
금융규제 강경파… 감독망 조일 듯
금융권 “설마 했는데…” 좌불안석 일각선 新관치금융·불통 우려
야권 “전형적 낙하산·코드 인사”

‘재벌 저격수’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됐다. 금융규제 강경론자를 수장으로 맞은 금감원은 감독망을 더욱 조일 전망이다. 일각에선 관치금융, 소통 부족 등을 우려한다. 김 전 의원의 금감원 입성으로 참여연대 출신 3인방이 문재인정부 경제 분야 주요직을 장악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김 전 의원을 신임 금감원장으로 정식 임명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김 전 의원을 최흥식 전 금감원장 후임으로 제청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는 “김 전 의원이 참여연대 활동과 국회의원을 거쳐 개혁적 경제정책 개발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고 제청 배경을 설명했다. 김 신임 원장은 1994년 참여연대 창립자 중 한 명으로 정책실장, 사무처장, 정책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참여연대 출신 첫 금감원장이 된 김 신임 원장은 금융규제 강경론자로, 금융회사를 향한 금감원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금융 당국의 핵심 정책들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특히 은산분리 완화에 강력히 반대했던 과거를 감안하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감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감시도 세질 전망이다. 김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시절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통과시키는 데 앞장섰다.

최근 금감원은 첫 민간 출신이었던 수장이 은행 채용비리 논란에 얽혀 사퇴하면서 위신이 추락했었다. 따라서 강경파인 김 원장 인사엔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등 금융 혁신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 조직을 다잡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담겨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김 원장에 대한 신뢰가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필요할 때마다 김 원장을 따로 불러 자문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김 원장을 초대 내각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장이 임명되면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참여연대 출신 3인방이 국가 주요 경제정책을 이끌게 됐다.

금융권은 김 원장 임명소식에 ‘충격과 공포(Shock & Awe)’ 두 단어를 언급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다들 떨고 있을 것”이라며 “정무위원회 시절 날카로움이 돋보였다”고 회고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최 전 원장은 민간 경험을 하며 금융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었는데 김 원장은 그런 타입은 아니라 ‘불통 금감원’ 얘기가 나올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이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평가의 핵심은 관치금융인데, 감독원장이 금융시장과 지나치게 불협화음을 빚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논평을 내고 “문재인정부의 전형적인 낙하산·코드 인사”라고 비판했다.

안규영 우성규 김판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