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t 트럭 덮쳐 소방차 80m 밀려 임용예정자 순직처리 전례없어 소방당국 예우 문제 고심
靑 “슬픔 가눌 길이 없어” 경찰, 트럭 운전자 긴급체포… 운전자 “잠시 한눈팔았다”
운전기사는 잠깐 한눈을 팔았다. 무언가 충격이 느껴졌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모든 상황은 끝난 뒤였다. 그 몇 초 동안의 시간, 신혼의 단꿈을 꾸던 새댁 소방관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임용시험에 합격했던 소방관 임용예정 실습생 2명의 장밋빛 미래는 산산조각이 났다.
반려견 포획을 위해 출동했던 소방관 1명과 임용예정 실습생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숨진 소방관은 결혼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상태였고, 실습생들은 어렵사리 시험을 통과해 소방관 정식 임용을 보름 남짓 앞두고 있었다.
충남 아산시 둔포119안전센터는 30일 오전 9시30분쯤 43번 국도에서 반려견이 줄에 묶인 채 도로에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소방관 2명과 임용예정 실습생 2명이 소형 펌프차를 타고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직후 운전자를 제외한 소방관 1명과 실습생 2명은 장비를 꺼내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순간 뒤에서 허모(62)씨가 운전하는 25t 트럭이 들이닥쳤고 소방 차량은 80m나 밀린 뒤에야 멈췄다.
사고로 소방교 김모(29·여)씨, 실습생 문모(23·여)씨와 김모(30·여)씨가 숨졌다. 펌프차를 운전했던 소방관 김모(26)씨는 차량 내부에 있어 다행히 가벼운 부상만 입었다.
소방교 김씨는 지난해 동료 소방관과 결혼한 새댁이었다. 남편은 천안의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동료들은 “결혼한 지 1년도 안됐는데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문씨와 김씨는 임용을 2주 남짓 앞두고 있었다. 오는 4월 16일 임용 예정이었던 이들은 충남 천안의 충청소방학교에서 12주 교육을 마친 뒤 현장 실습교육을 위해 지난 19일 아산소방서에 배치됐다.
청와대는 이들의 순직을 애도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세 분 소방관은 혹여 사람들이 다칠까 쏜살같이 달려갔다가 변을 당하고 말았다”며 “인생의 봄날이었기에 슬픔은 더 가눌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세 분의 헌신 잊지 않겠다”며 “세 분의 가족에게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세 분을 대신해 국가가 유족과 함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김 소방교의 경우 현직 소방공무원이어서 순직 처리가 예상되지만 임용예정 실습생들의 경우는 전례가 없어 소방당국이 예우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청은 이날 세종시에서 열 예정이던 전국소방지휘관 회의를 취소하고 사고 수습에 나섰다.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경위 조사와 함께 관계기관에 임용예정자를 소방관으로 볼 수 있는지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임용예정자 순직 처리에 대한 선례가 없어 고민을 하고 있다”며 “사안이 중요한 사항인 만큼 지휘부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산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트럭 운전자 허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허씨가 사고 당시 잠시 한눈을 팔았다고 진술했다”며 “추돌 전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아산=홍성헌 기자, 박세환 기자 adhong@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결혼 1년도 안 됐는데"…새댁 소방관·실습생 2명 안타까운 희생
입력 2018-03-3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