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끝없는 야욕… 고교도 ‘독도는 일본땅’ 교육 의무화

입력 2018-03-30 18:31 수정 2018-03-30 21:37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나가미네 대사를 불러 일본 정부의 고교 학습지도요령 개정에 대해 항의하고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뉴시스

작년 3월 초·중학교 이어 왜곡교육 법적 근거 마련
강 외교, 日 외무상과 통화 고교학습지도요령 철회 촉구
퇴진 압력에 몰린 아베 보수 우익 결집 차원도
“한국·중국 등 주변국 자극 재팬 패싱 심화될 것” 관측

일본 정부가 초·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에서도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함으로써 위안부 합의 문제 등으로 꼬인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학 스캔들 및 이와 관련된 재무성 문서조작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가운데 지지기반인 보수 우익 세력의 결집을 위해 영토 도발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30일 역사, 지리, 정치경제 등의 과목에서 독도(일본명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교육하라는 내용의 개정 고교 학습지도요령을 관보를 통해 고시했다. 지난해 3월 초·중학교에 이어 이번 고등학교의 학습지도요령도 개정함으로써 일본은 초·중·고교에 걸쳐 독도에 대한 영토 왜곡교육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독도 외에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 영토)에 대해서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가르치라고 돼 있으며, 일본이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에 대해서는 영토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일본 정부는 2008년 이후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와 교과서 검정 등을 통해 독도 영유권 교육을 강화해 사실상 모든 초·중·고교에서 이를 교육해 왔다. 그러나 해설서나 검정교과서와 달리 학습지도요령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교육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일본의 학습지도요령은 초·중·고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에 대한 문부과학성이 정하는 ‘기준’으로 수업 내용은 물론 교과서 편집에도 지침이 된다. 2009년 개정된 종전 고교 학습지도요령에는 각 학교에서 영토교육을 하도록 했지만 독도나 댜오위다오를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었다.

이날 확정된 고교 학습지도요령은 2022년부터 교육현장에서 적용된다. 학습지도요령은 통상 10년 주기로 수정하기 때문에 2022년부터 10년간은 영토 왜곡교육이 법으로 의무화되는 셈이다. 일본이 지난 10년간 해설서, 검정교과서, 학습지도요령에 이르는 영토왜곡교육 시스템을 이번에 완전히 구축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우리 정부는 학습지도요령이 관보에 고시된 직후 “일본 정부가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담은 고교 학습지도요령을 최종 확정한 것을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고유의 영토”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이 잘못된 역사 인식을 미래세대에게 주입하고자 함으로써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반성을 거부해나간다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전화 통화를 하고 고교학습지도요령 철회를 촉구했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이날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들여 항의했다.

일본의 영토 왜곡교육 및 영토도발은 아베 정권이 출범한 2012년부터 한층 심해졌다. 시마네현에서 열리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차관급 정부 인사가 참석했다. 또 지난 1월에는 도쿄시내 히비야 공원에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 자료 등으로 채운 ‘영토·주권전시관’을 설치했다. 이런 영토 왜곡교육 및 영토도발을 포함한 아베 정권의 우경화는 일본 보수층의 지지를 얻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 학습지도요령 개정으로 최근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 북한을 둘러싼 대화국면에서 소외되고 있는 일본이 한국은 물론 북한, 중국을 다시 자극함으로써 오히려 ‘재팬 패싱’이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충수가 될 수 있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영토 문제 도발을 자제하지 않는 것은 현재 아베 정권이 처한 상황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부인 아키에 여사에게서 촉발된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헐값 매입과 관련한 재무성 문서 조작 파문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며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자위대 근거를 헌법 9조에 명기해 이른바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숙원인 개헌도 추진력이 떨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보수층을 의식해 다시 한번 영토 문제 도발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장지영 권지혜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