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선군정치’ 노선을 폐기하고 중국식 개혁·개방을 모방한 경제건설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 전문가인 왕샤오커 지린대 동북아연구원 교수는 30일 중화권 매체 둬웨이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전격 성사된 것은 김 위원장이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실익을 보장받으려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왕 교수는 “지난해 8월 평양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석했는데 대북 제재의 영향을 이미 크게 받고 있었다”면서 “대중 무역 의존도가 90% 이상이고 실제 중국의 대북 제재 참여로 경제난이 가중됐기 때문에 중국과 먼저 대화하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북·미 간 경제무역 관계가 거의 제로 상태여서 북·미 대화가 잘 이뤄져도 경제적으로 얻을 게 많지 않지만, 중국은 북한 경제의 숨통을 쥐고 있어 대화가 시급했다는 것이다.
왕 교수는 김 위원장 방중 수행단에 군 인사가 없었던 점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이 ‘선군정치’ 노선 폐기를 선언하고 경제건설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 북한 국방위원회가 국무위원회로 바뀐 점, 최용해, 황병서가 군복을 입은 모습이 줄어들고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나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자격을 내세우는 점 등을 들었다.
또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중국 공산당의 반부패, 기율 확립 등을 높이 평가하며 북한노동당도 기강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점을 들어 북한이 줄곧 중국을 학습하고 모방해왔다고 왕 교수는 분석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진창이 옌볜대 교수는 둬웨이에 “북한이 국내외 정세 변화에 따라 덩샤오핑 시대의 개혁·개방에 버금가는 조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는 강한 민생 의식이 있고 일정한 개혁 성향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김 위원장이 핵 보유로 북한의 경제난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핵 포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가 개혁·개방을 추진하려 한다면 전제는 핵 포기가 되겠지만 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北 김정은, 선군정치 노선 폐기하고 중국 모방한 개혁 개방에 나설수도”
입력 2018-03-30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