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엘시시 압승했지만… 대선 투표율이 고작 42%

입력 2018-03-30 18:39

이집트 대선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64·사진) 대통령이 이변 없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안정적 재집권의 관건인 전체 투표율은 40% 초반에 그쳤다. 투표소를 찾은 사람이 많지 않은 탓에 90%가 넘는 엘시시의 득표율이 무색하게 됐다.

이집트 영문매체 아흐람 온라인은 현지 국영 TV 보도를 인용해 지난 26∼2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엘시시 대통령이 90%대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9일 전했다. 최종 결과는 선거관리청(NEA)이 다음 달 2일 발표한다.

엘시시 선거운동 캠프 관계자는 유권자 5900만명 중 약 2500만명(42%)이 투표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그는 엘시시가 92%의 표를 얻었고 유일한 경쟁자 무사 모스타파 무사 후보는 3%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나머지 5%는 무효표다.

엘시시의 득표율과 전체 투표율은 2014년 대선 때보다 낮다. 당시 엘시시는 유권자 47% 정도가 참여한 투표에서 97%를 얻어 당선됐다. 그는 2013년 쿠데타를 일으켜 첫 민선 대통령인 모하메드 무르시를 몰아내고 이듬해 대선에 출마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투표를 독려해온 엘시시에게 40% 초반 투표율은 실망스러운 성적표다. 유력 경쟁자를 모두 제거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그의 관심사는 당선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한 투표에서 당선되느냐’였다. 엘시시는 이달 초 “(모든 이집트인이) 투표해 3분의 1이 ‘아니요’라고 말하는 게 절반이 투표해 모두가 ‘네’라고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강창욱 기자